- 지난회에 이어 일본의 자매도시 교류에 대한 기사 내용을 소개합니다.

 

자기책임시대의 지역사회

 

지역사회도 커다란 양상으로 변화하는 시대를 맞이했다. 지방분권이 본격화되고 구역합병에 의해 지역사회의 모습도 큰 변화를 이루었다. 종래의 중앙정부 의존의 구조가 붕괴되고「제도 의존에서 자기책임에 의한 자유 추구로」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지역사회도 정부를 의존하는 정신 풍토를 타파하고, 자기 의사와 노력에 의하여 장래를 개척해나가는 것이 요구되게 되었다.
재정난 속에서 많은 자체단체가 국제교류를 통하여 얻고자 했던 것은 경제 활성화이다. 자매도시 교류를 한다고 해서 꼭 경제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우호친선이라는 영리를 뛰어넘는 교류이므로 상업적인 얘기를 적용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과, 영리추구로 인하여 자매도시 제휴의 기반인 신뢰관계가 깨져 버리는 것은 아닐까에 대한 염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파트너를 한정하는 자매도시 교류 자체가 시장경제의 경제원리와 잘 맞지 않는 것도 현실이었다.
그러나 현재 자매도시를 활용한 경제교류의 움직임이 활발화 되고 있다. 예를 들면, 기타큐슈에서는 자매도시인 중국의 다이렌(대련)과 한국의 인천시를 중심으로 일본ㆍ중국ㆍ한국의 10개 항만도시 연대를 강화하고, 물류나 새로운 산업의 창출, 환경분야를 연계하는「동아시아 경제교류추진기구」를 2004년 11월에 발족시켰다. 중국의 경제발전을 수용, 기타큐슈와 역사적ㆍ문화적으로 관련이 깊은「환황해(環黃海) 경제권」을 자치체가 선도하여 만들어나가는 글로벌적인 도시 전략이다.
삿포로시에서는 뮌헨과의 자매도시 30주년을 기념하여 2002년부터 매년 겨울「뮌헨ㆍ크리스마스 시(市) in Sapporo」를 개최하고 있다. 독일 도시에서 볼 수 있는 크리스마스 시를 삿포로에서 재현하는 것은 가을 관광시즌과「삿포로 눈축제」사이를 이어주는 귀중한 관광 이벤트로서 정착되어 있다. 시(市)에서는 크리스마스용 장식이나 완구, 유리 소품, 핸드메이드 방울 제품 등을 뮌헨에서 만들어 업자 및 삿포로 보런티어가 판매하고, 본 고장의 맛을 자랑하는 소시지나 핫 와인 등을 맛볼 수 있다. 또한, 무대이벤트나 그림동화 인형극, 크리스마스 양초 만들기 등 각종 프로그램이 개최되고 있다.

 

한편, 야마구치현과 중국 산동성의 자매제휴에서는 흥미로운 행사들이 개최되고 있다. 야마구치현에서는 산동성에 농업기술협력을 해준 답례로, 야마구치현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조건에 산동성의 복숭아 비성도(肥城桃:히죠모모) 나무를 가져오는데 성공했다. 이 복숭아는 양귀비가 즐겨 먹었다는 전설이 있는 귀한 품종으로 야마구치현 농업시험장에서는 현의 특산품으로 주력 육성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야마구치현에는 양귀비의 묘가 있다고 알려지는 유타니쵸(油谷町)가 있다. 유타니쵸에서는 양귀비 마을을 만들어 관광 개발을 하고 있으며, 히죠모모는 고향의 귀중한 상품 중 하나로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지역 경제의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자매도시 교류가 늘어나고 있다. 2개국 이상의 다국간 교류를 목표로 하는 것이 하나의 예이다. 카나자와(金沢)시에서는 한국의 전주시, 중국의 스죠시, 러시아의 일크츠쿠시와 자매도시 제휴를 맺고 있으며, 2003년에 처음으로「동북아시아 자매도시 소년 포럼」을 개최했다. 이 포럼에서는 각 시에서 4명의 중학생이 참가하여「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테마로 의견을 교환했다. 2004년에는 구미의 2개 도시를 더하여 2회째 소년 포럼을 개최했다.
환경문제를 둘러싼 자매도시 교류의 예도 있다. 다카사키(高崎)는 미국이나 중국, 브라질, 체코 4개국에 자매도시를 갖고 있으며, 5개 도시간에 지구시민환경회의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이러한「지구시민환경회의」에는 행정 직원뿐만 아니라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환경 문제에 대해 자녀들과 함께 시민 스스로 발표하는 장이 되고 있다.
이러한 지역 과제를 감안한 다이나믹한 자매도시 교류는 지역사회가 자기 책임을 요구하는 시대가 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지역사회에서는 그 역할을 자치체에게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시민과 자치체와의 파트너쉽에 의한 운영방법으로 주목하게 되었다. 자치체가 실시하는 자매도시 교류사업에도 자치체와 시민단체, NPO가 협동으로 사업을 기획하고 실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다문화 공생시대의 자매도시교류

 

2003년도 말 현재, 일본에 살고 있는 외국인은 192만명 정도이며, 총 인구의 15%가 외국인인 시대가 되었다. 구미와 비교하면 외국인의 수가 아직은 적다고 하지만 단일 민족 색체가 강한 일본 민족에게는 커다란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의 정체성을 존중하는「다문화 공생」으로 정착해가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화에 의해 일본사회 자체가 변화하는 시대를 맞이하여, 이문화를 뛰어넘는 장치로서의 자매도시 교류가 어떠한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인가?
우선, 자매도시 교류를 시작으로 한 국제교류의 실적을 평가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문화적인 정신 풍토에 약한 일본에서 국제교류는 일반 시민이 이문화에 접하고 이해하여, 외국인과 직접 접하는 경험을 가질 수 있게 해 주었다. 즉, 다문화 공생시대로의 도입 토대를 국제교류가 해주었다고 할 수 있다.
만일, 이러한 국제교류의 경험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외국 국적 주민이 급증하는 사태에 사회는 혼란에 빠지게 되고, 인종차별에 의한 공격적인 범죄(헤이트크라임)가 다발했을지도 모른다. 일본사회가 외국인을 지역 사회에서 수용하게 된 것은 시민차원의 국제교류에서 키워온 이문화를 받아들이는 토양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외국과의 교류를 담당해 온 국제교류 인재가 새롭게 지역에 주재하게 된 외국인에 대해 다양한 지원활동이나 지역 일본인과의 교류의 가교 역할을 한 예도 많다.
앞으로 자매도시 교류는 다문화 공생시대에 대응하는 장치로서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가? 요코하마 시와 샌디에고 시는 외국 국적 아동을 어떠한 커뮤니티를 통하여 받아들이고 자립시켜 나갈 것인가를 테마로 하여 관계자와의 교류를 꾀하고 있다. 외국인 아동뿐만 아니라 집안에서 밖에 나가려고 하지 않는 아이나 등교거부, 아동 학대를 테마로 관계자가 상호 활동현장을 방문하고 의견교환을 하면서 각각의 활동에 도움을 주고 있다.
6개국과 자매 도시를 맺고 있는 히메지 시에서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다문화 공생을 테마로 자매도시 교류를 실시하고 있다. 시내의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해외자매도시 파견 사업에서는 영어문화 지향에서 다문화 지향으로 의식의 축을 크게 회전시켜, 최종적으로는「외향(外向) 국제화」와「내실 있는 국제화」의 융합을 목표로 하고 있다.「다문화 공생사회를 알자」라는 테마 학습에서는 자매 도시에 파견된 학생들이 해외 자매도시의 문화가 재일외국인의 문화로서 히메지 시민의 가까운 주변에도 있다는 것을 배운다. 이러한 해외 자매도시 파견사업에서는 재일외국인 보런티어가 참가학생에 대한 어학지도와 모국 사정의 해설 등으로 학습 지원 면에서도 공헌하고 있다.
오카야마 시에서는 미국 산노제의 DV(도메스틱 바이오랜스=가정내 폭력) 사례를 배우는 전문가를 파견했다. DV는 일본인 사이를 넘어 국제 결혼한 부부 사이에서 많이 보이고 있다. 오카야마시에서 파견되어 산노제의 DV현상을 본 여성은, 미국 사회의 숨겨진 단면인 DV의 비참함과 날로 확대되어 가는 것에 놀라움과 동시에, 자매도시의 신뢰관계가 없다면 사회 현상의 뒷면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것은 분명 불가능에 가까웠을 것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

 

국경을 넘어선 지역간 네트워크를..

 

격동의 시대를 맞이한 지역사회는 글로벌화 속에서 스스로의 포지션을 확립해야만 한다. 세계와 지역사회의 벽이 없어지고 글로벌화의 플러스와 마이너스의 양면이 커뮤니티를 직접 연결하는 시대가 되었으므로 자매 도시를 “충분히 활용하는” 지혜가 요구되는 시대가 되었다.
지혜를 모으고, 지역과 세계인을 연결하는 기회를 창출해냄으로써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숨겨진 잠재력을 이끌어낸다면 지역 사회를 혁신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국경을 넘어서는 지역간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에서 주도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시민교류의 길을 자매 도시라는 툴을 사용하여 열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커뮤니티 사람들이 굳건한 신뢰를 쌓아 올리는 노력과 지역사회의 현실에 입각한 풍요로운 창조성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겠다. 

 

遠近(wochi kochi) 제3호(Feb./ Mar. 2005)에서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