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John Gauntner (일본술 저널리스트)

 

▲ 필자

내가 일본을 방문한 것은 1988년. 일본술을 사랑하게 된 것은 바로 그 때의 일이었다. 그 뒤로 6년 정도 후, 일본술에 대한 기사를 신문에 쓰기 시작한 이래 일본과 미국에서 책을 내기도 하고 여러 잡지에 기사를 쓰기도 하고 있다.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일본술을 알리기 시작한지 그럭저럭 12년 정도. 지금은 일본술을 몹시 선호되게 되었고 또 일본술을 이해하며 좋은 점을 아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어서 확실히 격세지감을 느낀다.

 

와인에 필적하는 일본술의 맛
일본을 방문한 88년 당시와 변함없이 95년 전후에도 일본 이외의 나라에서는 긴죠슈(吟釀酒), 쥰마이슈(純米酒), 혼죠조슈(本釀造酒) 등의 특제 일본술(특정명칭의 술)은 쉽게 손에 들어오는 것들이 아니었다. 하지만 특제라고 할 정도는 아닌 가격도 적당한 간자케(데운 술)로 마시는 일본술은 어디에나 많이 있었다. 이러한 일본술도 그 대부분이 진심으로 즐길 수 있는 술이었다. 특제 일본술이 널리 나돌기 전부터 보통의 간자케 팬은 많이 있었다(숨길 것도 없이, 저도 그 중 한 사람입니다).
간자케가 사랑받는 이유는 서양에는 술을 데워서 마시는 알코올 음료가 별로 없기 때문이라는 점도 있겠다. 이런 독자적인 매력이 있기 때문에 일본술을 즐기는지도 모른다. 일본체류의 경험이 있으나 지금은 모국에서 살고 있는 사람의 경우 데운 술을 마시는 것만으로도(아주 즐거웠다) 일본에서의 날들이 생각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지 않은 보통의 일본술이라도 충분할 것이다.
그러나 나의 직업은 긴죠슈와 같은 특제 일본술의 훌륭함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는 것이다. 미국의 수입업자와 서로 긴밀히 협력해서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판매 대리점이나 소매점, 레스토랑과 같은 업계를 대상으로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지금까지 세미나를 통해서 일본술이 와인에 필적함을 많은 와인통에게 이해시켰다.

 

시음으로 단번에 일본술 팬으로
그러나 처음부터 잘 되었던 것은 아니다. 제휴하고 있는 수입업자와 함께 라스베가스의 어느 유명 호텔에 가서 호텔 내의 모든 레스토랑의 와인을 매입하는 유력한 담당자와 만났을 때의 일이다.「특제 일본술을 가지고 왔는데 시음해 주길 바란다」고 했더니, 그 담당자는 지체 없이 고개를 젓고 눈앞에서 손을 흔들며「아뇨, 일본술은 좋아하지 않아서」라며 완고하게 시음조차 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이것은 긴죠(吟釀)라고 일컬어지는 일본술로 원료인 쌀도 제조 방법도 종래 이상의 것으로 아마도 지금까지 드신 어떤 일본술과는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라고 설명하자 담당자의 닫혀져 있던「마음의 문」이 살짝 열려 시음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한입으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상질의 일본술을 마신 순간 담당자의 인식은 일변해 대단한 일본술 팬으로 동참해 버렸다. 그 뿐만 아니라 레스토랑의 와인 리스트에 넣기 위해서 6가지의 상품도 그 자리에서 사 주었다.

 

유명 레스토랑에 진열된 일본술
「일본술의 새로운 팬은 와인을 이해하고 또 사랑하는 사람들 중에 많다」. 이는 사실이다. 와인통들에게는 풍미와 향기에 섬세한 주위를 기울이는 습관이 있어서 일본술이라도 주위를 기울여 시음을 하면 좋은 일본술을 아주 간단하게 분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최근 5년 사이에 일식 레스토랑 이외의 곳에서도 뉴욕의 샹테렐이나 쟝죠르주, 시카고의 찰리트롯터, 북 캘리포니아의 프렌치런더리 등의 유명한 일류 레스토랑의 와인 리스트에 일본술이 실리게 된 것도 이 일과 무관치 않다. 지금 거명한 곳과 같은 유명 레스토랑에서는 서양요리에 맞추어 상질의 일본술이 마셔지고 있다. 이것은 서양인이 정말로 일본술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어「일본술은 상질의 와인과 마찬가지로 훌륭하다」는 것을 아는 새로운 층이 서양에 탄생하는 확실한 조짐이라고 생각된다.
또 일본술의 종류나 등급, 제조 등에 대한 외국인의 이해도는 10년 전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높아졌고 지금도 그 경향은 계속 되고 있다. 최근 8년 정도 주조회사 사람들과 매년(다른 도시에도 갑니다만, 특히) 뉴욕에 가서 그곳의 저팬소사이어티에서 일본술에 대한 강연을 하고 있다. 강연 후에는 물론 일본술의 시음을 한다. 시음회에서는 주조회사의 직원 전원이 핫삐(등이나 깃 따위에 상호, 이름 등을 염색한 웃도리)를 입고 수백 명의 열렬한 일본술 팬에게 일본술을 대접한다.

 

일본술에 관한 지식도 침투
▲ 시음회 장면
확실히 애초에는 일본술에 대해 거의 모르는 채 소문의 술을 조금 마셔 볼까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일본술이 제법 마실만한 술이라는 것 뿐만 아니라, 긴죠슈 등의 특제 일본술이 이제까지 마시던 일본술보다 맛있는 이유도 서서히 이해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는 쌀을 그다지 먹지 않기 때문에「정미(精米)」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다.「백미와 현미가 같은 것으로 백미는 현미를 정미한 것이다」라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처음에는「일본술의 정미 정도란 무엇인가?」「왜 정미 정도가 중요한가?」를 좀처럼 이해하지 못했다. 당초「술을 빚는 쌀은, 중심에 전분이 있고 그 주변을 지방과 단백질이 둘러싸고 있다. 원칙적으로 정미하면 할수록 맛있는 일본술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건 일본인 밖에 없었다. 그러던 것이 드디어 미국인들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몇 년 전에 뉴욕의 저팬소사이어티에서 시음회를 했을 때의 일이다. 늘 오는 미국인 여성이 일본술을 대접하고 있는 양조회사 사람에게「이 술의 정미 정도는 어느 정도입니까?」라고 묻고 있었다. 그 질문을 받은 양조회사 사람이 이 여성의 지식, 그리고 일본술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는 것에 몹시 놀란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수입량도 순조롭게 증가
이런 사실은 미국에서의 일본술 수입량에도 잘 나타나 있다. 2005년 일본술의 수입량은 전년대비 약 20% 증가하였다. 최근 6년 동안의 연간 평균증가율도 약 15%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수입되는 일본술의 거의 100% 가까이가 특제 일본술(정식으로는「특정명칭의 술), 즉 혼죠조, 쥰마이슈, 긴죠슈)이다. 물론 미국인들은 적당한 가격의 보통주도 많이 마시지만, 지금은 미국 국내에 일본술을 만드는 양조회사가 5개사나 있어서 보통으로 마시고 있는 염가의 일본술은 그 대부분이 미국내에서 제조되고 있다.
일본술은 어느 시장의 어느 제품과 비교해도 놀랄 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일본술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는 사람도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향후 몇 년은 이 흐름이 계속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특제 긴죠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반면 아직도 심플하고 적당한 가격의 데운 술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옛날에 일본에 살았던 적이 있다고 하는 어느 연배의 남성은「나는 전통적인 간자케를 부탁해요」라며 물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그 남성에게 가르쳐 주었다.「그렇네요. 확실히 전통적인 방법이군요. 그렇지만 지금은 특제 긴죠슈 쪽이 전통적인 방법으로 양조되고 있는데 비해 대부분의 보통주는 그렇지 않은것 같습니다」라고. 그러나 이 남성의 트집은 보통 수단으로는 안 될 것 같았다. 그렇다고는 해도 결국 즐길 수 있으면 되기 때문에 상관없겠지만.
이와 같이 일본술은 해외에서도 정말로 사랑 받게 되었다. 이러한 일본술을 사랑하는 마음과 이해의 깊이는 앞으로도 쭉 계속 될 것이다.

 

사진제공 :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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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Gauntner (존 건트너)
미국 오하이오주 출신. 1988년 문부성의 JET프로그램 영어교원으로 방일. 전자엔지니어를 거쳐 현직. 월간 메일매거진「Sake Newsletter」발행 외에도, 영자신문「Japan Times」연재를 시작으로, 국내외 잡자에 일본술에 관한 기사를 기고. 구미에서 강연 및 세미나도 개최. 저서에 'The Sake Handbook', 'Sake, Pure & Simple', 'The Sake Companion', '일본인도 모르는 일본술 이야기'가 있음.

 

遠近(wochi kochi) 제10호(Apr./May. 2006)에서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