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고치 산책 (15)


<오치고치>는 일본국제교류기금(The Japan Foundation)이 격월로 출간하고 있는 일본 유일의 국제교류전문지로, 이번 호는 다바이모씨의 수필을 전재합니다. 여러분의 애독을 기다립니다.





이가라시 타로

(五十嵐太郎)

 

루체른문화컨벤션센터(1998), 호수에까지 길게 뻗은 입구 지붕

(사진:필자제공)

1월에 스위스를 돌면서, 취리히에서 당일치기로 루체른에 들렀다. 교통수단의 창문을 살펴보기 위해, 거대한 교통박물관을 방문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현대건축물로는, 산티아고 칼라트라바가 설계한 구조표현주의, 루체른 기차역이 여행자를 맞이하고 있고, 그 옆의 장 누벨이 설계한 루체른 문화컨벤션센터(이하 KLL로 표기)도 볼만했다.

역에서 걸어가면, 장 누벨스러운 메탈릭한 외벽으로 된 KLL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조금 더 걷다 보면 피어발트슈테터 호수가 눈 앞에 펼쳐지는데, 이상할 정도로 커다란 지붕이 머리 위를 덮는 것을 느끼게 된다. 23m 높이에 편평한 면이 떠있다. 놀랄만한 것은 코너 쪽에는 최대 45m나 되면서, 지탱하는 기둥도 없는 넓다란 지붕을 내달았다는 것이다. 호수 위까지 도달할 정도의 길이다. 게다가 각이 지극히 샤프하게 처리되어 있어, 마치 예리한 칼날로 하늘을 가르는 듯하다. KLL이 발표되었을 때, 건축계에서는 SF영화 ‘인디펜던트 데이’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있었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거대한 이 지붕은 맨하탄 등 세계의 각 도시에 출현한 초대형 UFO를 연상시킨다. 원래 누벨은 이런 조형을 선호했다. 그의 작품인 뚜르 컨벤션센터(1993)도 전면의 광장을 향하여, 심하게 돌출된 넓은 지붕이 특징이다.

아쉽게도 필자가 KLL을 찾았을 때는 겨울이여서인지, 방문객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따뜻한 계절이 되면, 이 곳이 독창적인 도시 광장이 될 것임에는 틀림없다. 수면과 큰 지붕 사이에 둘러싸인 안락한 공간이다. 캔틸레버 타입의 넓은 지붕이 땅위를 덮어줌으로써 새로운 스타일의 광장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붕은, 풍광을 수평 프레임 안에 담으면서 직사광선을 차단하고 위층의 테라스와 레스토랑, 극장 로비에서 호수를 조망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제일 위층의 시립미술관에서는 스기모토 히로시의 순회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는데, 갤러리 어디 곳에서나 독특한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얇은 지붕으로도 구조적으로 괜찮은지 불안하게 여길지 모르겠다. 올려다보면 알 수 없지만, 호수 반대쪽으로 돌아가 멀리서 KLL을 바라보면, 아래쪽에서는 보이지 않던 녹색 동으로 된 지붕의 두께가 꽤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안심하시기를.


「をちこち」제28호(Apr./May.09)에서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