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고치 산책 (16)


<오치고치>는 일본국제교류기금(The Japan Foundation)이 격월로 출간하고 있는 일본 유일의 국제교류전문지로, 이번 호는 다바이모씨의 수필을 전재합니다. 여러분의 애독을 기다립니다.





다바이모(아티스트)

 束芋

「ユメ ニッキ・ニッポン(꿈 일기・일본)」

2000年

는 1년 여전부터 나가노(長野)현의 아사마야마 인접한 곳에 살기 시작했다.아사마야마는 활화산이라고 알고 있었고, 매일 뭉글뭉글 피어나는 화산 연기에 처음에는 위험을 느꼈던 것 같다. 현재 나는 위기감따위는 전혀 없고, 아름다운 화산 연기를 넋을 잃고 바라보면서 매일을 보내고 있다.


작년 말부터 눈 앞에 있는 아사마야마의 분화 소식이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일이 몇 차례 있었다. 그 때마다 ‘아, 분화했었구나’라는 맥빠지는 느낌으로 아사마야마를 다시금 보게 되는데, 그렇다고 해서 금방이라도 난폭해질 것 같지는 않는다. 아사마야마를 매일 본다고 해서 ‘이제 곧 위험이 닥칠지도 모르겠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늘 실상을 알게 되는 것은 TV뉴스나 인터넷, 심지어 외국친구들의 염려 메일로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에는 왠지 모를 이질감을 느낀다. 눈 앞에서 함께 식사를 하고 있는 친구와 일부러 휴대폰 문자로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기도 하고, 친한 친구의 결혼 소식을 다른 친구에게 듣게 된 느낌이기도 하다. 자연 속에 살면서도 아직 대자연과 하나가 되지 못한 느낌. 신참이니까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자연이 나를 받아줄 수 있는지 참으로 알고 싶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대자연이 받아주지 않았을 리가 없다. 매일 아사마야마 너머로 지는 저녁노을은 감탄할 만큼 아름답고, 그 고장 농가에서 주신 채소의 맛은 ‘맛있어’라는 말을 삼키지 못할 만큼 훌륭하다. 매일 조금씩 싹이 트는 꽃들은 나를 향해 천천히 두 팔 벌리고 있는 것 같다. 일상에서 이러한 사치를 맛보고 있으면서도 ‘받아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하다니, 비뚤어진 변명이다.

대자연 앞에 서면 내가 작게만 느껴진다. 나는 지금까지 자연과 공존하면서 살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비뚤어진 자신을 인정해야 하는 것에도 화가 난다. 앞으로 이곳 생활이 이런 보잘것 없는 나를 바꿔줄 수 있을 것 같아 많이 기대가 된다.

 

아사마야마의 화산 연기에 그저 공포를 느껴 벌벌 떠는 것도 아니고, 아름다움에 넋을 잃어 대자연의 위협을 잊어버리는 것도 아닌, 기분을 살피는 관계가 된다면 멋질 거라고, 오늘도 피어오르는 화산 연기를 보면서 몽상해 젖어본다.


「をちこち」제29호(June/July,09)에서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