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고치 산책 (24)


<오치고치>는 일본국제교류기금(The Japan Foundation)이 격월로 출간하고 있는 일본 유일의 국제교류전문지로, 이번 호는 다바이모씨의 수필을 전재합니다. 여러분의 애독을 기다립니다.

 


 

 

다바이모

(束芋/아티스트)

 

재 12월에 개최할 개인전을 위해 다섯 작품을 동시에 제작하고 있다. 전부 대형 설치미술이기 때문에 매일매일 드러나는 작품의 문제점들과 씨름하고 있다.

 

데뷔 작품이 된 대학 졸업작품은 대학 3학년 봄에 몇 개월에 걸쳐서 만든 흑백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완성하였다. 졸업작품에서는 효과적인 화법과 작품 착색 시, 색에 대한 연구를 하여 설치미술 작품으로 만들기 시작했는데, 처음 구상한 것부터 생각하면 2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제작한 셈이 된다. 그 당시는 컴퓨터의 스펙도 지금에 비하면 훨씬 낮았고 내 PC는 작업용량을 가능한 확보하더라도 당시의 보존매체인 MO디스크 640MB와 비슷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취소’ 횟수도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컴퓨터로 작업한다고는 해도 여러 가지 제약이 있었다. 어떤 부분을 변경해야 했을 때 거의 제로에 가까운 단계에서 다시 시작할 수 밖에 없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도 당시에는 그 환경이 내가 마련할 수 있는 최선이었기 때문에 답답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束芋(다바이모) 「にっぽんの台所(일본의 부엌)」

1999년 영상인스터레이션  촬영: 요네크라 히로키(米倉裕貴)

ⓒTabaimo/Courtesy of Gallery Koyanagi

 

10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 때의 수 백배나 되는 컴퓨터 용량을 갖고 있으며 처리능력도 훨씬 빨라졌고 데이터를 휴대하는 것도 편리해졌다. 단순한 덧셈으로는 측정할 수 없을 만큼의 진보를 개인이 경험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진보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급격한 컴퓨터의 진보를 실감하고 있는 가운데 그것을 사용하는 우리들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단순하게 10년 전의 나와 현재의 나를 비교해 본다. 2년 동안 한 작품을 겨우 완성했던 내가, 지금은 다섯 작품을 동시에 제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무의식 중에 ‘절대로 가능할 리가 없어’라고 생각하던 것이 10년의 경험을 거쳐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다섯 작품은 어떤 의미에서는 10년 전부터 계속해서 만들어왔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실질적인 작업기간은 1년이나 2년이지만 2년째에는 1년간의 학습 경험이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고 3년째는 2년 동안의 경험, 4년째는·····, 그리고 10년째인 올해는 지금까지 계속해서 쌓은 경험을 통해 실현 가능한 것에 도전한다. 컴퓨터 용량이 늘어났다 하더라도, 640MB 용량으로 가능한 정도의 일을 10년간 계속해왔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경험을 쌓아 올린 것에 불과하며 자신의 스펙은 향상되지 않는다(10년간 계속해서 쌓아 올리는 것도 그 지루함을 견딜 수 있는 끈기가 필요하지만). 도전하는 것에 의해 그 경험이 두 배, 세 배로 배가되며 그렇게 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나 자신이 전진할 수 있는 기동력으로 변화되는 것이다.

 

「をちこち」제31호(Oct/Nov,09)에서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