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본 기금의「문화인 초빙프로그램」의 초청자로 선정되어 일본을 방문한 김명곤 국립극장 극장장을 만나보았다.

 

우선 이번 초청방문에 대한 소감을 간단하게 말씀하신다면.
이번 여행은 무엇보다도 일본과 교류를 할 수 있는 기초, 즉 서로간의 기초적인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여행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일본의 좋은 공연장, 또 대표적인 예술계 인사들을 만나 앞으로 일본과 한국 또는 국립극장과의 교류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점이 큰 성과였다고 봅니다.

 

이번에 방문하신 곳이나 만나신 분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으시다면.
이번에 일본에서 공연을 많이 봤습니다. 일본 국립극장의 가부키, 신국립극장의 ‘제아미’, 세타가야구립극장 등에서 공연을 관람했는데, 묘하게도 하나는 아주 전통적인 공연이고, 두 작품은 그것을 기초로 소재화 한 공연이거나 완전히 현대화 한 공연이었습니다. 전통과 현대화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는 의미 있는 공연을 본 것이 제일 큰 수확이었어요.
그리고 여러 분야의 많은 분들을 만났는데, 일본 국립극장, 신국립극장의 관계자분들이 저를 환대해 주시고 우리와의 교류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보여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물론 이전부터 교류가 있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더욱 친해졌습니다. 공적인 업무상 관계가 아닌 인간적인 측면, 허물없이 집안얘기나 가족얘기, 아버지로서의 입장 등을 서로 이야기 할 수 있는 인간적인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럼 방문하셨던 여러 극장들과 우리나라의 극장들, 특히 국립극장과 내용 및 시설 등을 비교해 보신다면.
일본 극장들에 대한 소감을 말하자면 각 극장마다의 고유한 임무라고나 할까? 특성이 잘 배치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특히 일본 국립극장의 ‘예능정보관’에서는 전통 예능을 정보화시스템 속에서 교육하고 자료를 구축하여 젊은이들에게 보급하는 노력을 앞장서서 하는 것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우리 국립극장은 전통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우리도 그런 것이 시급하다, 빨리 진행되어야 하겠다 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운영면에서 본다면 일본도 지금 상당히 많은 변화가 진행중이라는 느낌을 받았구요, 경영의 활성화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관객이 많이 올까, 젊은이들에게 전통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할까 등에 대해서 굉장히 고민들을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국립극장은 일본의 국립극장과 신국립극장을 합쳐놓은 것과 같은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장르도 전통공연 뿐만 아니라 현대적인 장르까지 포함하여 활동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우리 국립극장은 전속단을 가지고 있는데 일본은 그렇지가 않아요. 그래서 그쪽에서는 우리를 부러워하면서 좋은 시스템이라고 생각하더군요.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일본은 기획시스템 위주로 극장을 운영함으로써 상당히 속도감 있고 다양한 기획을 펼쳐나가는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사실 이러한 시스템은 양국의 역사적인 전통 속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부러워하기 보다는 서로에게 맞는 시스템을 잘 운영하는게 좋겠지요. 아무쪼록 일본의 극장들과 서로 협조하고 교류도 더욱 확대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일본 양국 문화교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이제는 양국이 전면적인 문화개방으로 되어가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한국의 영화, TV 등 대중문화가 상당히 많이 소개되어 인기도 높고 점점 팬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대중문화와 함께 전통예술, 순수 공연예술도 서로 교환하는 것이 시급하고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연을 서로 초청해서 직접 공연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예술가들의 인적관계, 인적교류가 더욱 더 활발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세미나라든가 워크숍, 공동 제작 등이 많이 활성화되면 좋겠고, 특히 젊은 예술가들, 신인 예술가들이 서로 선입견 없이 문화를 교류할 수 있는 상황, 환경이 많이 확보되었으면 좋겠어요. 이번에 만난 일본 외무성의 2005년도 한일문화교류 사업 담당자도 그런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하더군요.

 

현재 국립극장을 맡으시면서 극장 행정쪽에만 힘을 쏟고 계시는데요, 각본 및 각색은 물론 연극ㆍ영화배우, 판소리 명창으로서도 유명하시잖아요. 시간적인 여유를 떠나서 가끔 좋은 작품에 손을 대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극장장으로 있는 동안은 하고싶어도 너무 바빠 시간이 도저히 안납니다(웃음). 사실 이번에 일본에서 만난 분들도 서편제를 통해 이미 저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 친근하게 대해 주셨어요. 늘 제 마음속에서는 창작 활동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무대에 직접 서는 배우로서 뿐만 아니라 연출, 작가로서의 활동은 제가 해야 될 일이라고 언제나 생각하고 있고, 마음속으로도 잊어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한 해를 정리하면서 국립극장 및 극장장님 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리며, 아울러 내년에 국립극장에서 중요하게 계획하고 있는 사업 및 공연이 있으시다면 소개 바랍니다.
국립극장이라는 곳은 한 개의 극장이 아니라 한 나라의 문화예술을 상징하는 의미가 있는 곳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국민들이 국립극장을 사랑하도록 만들까 하는 것이 제 고민이고, 또 이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까 국립극장을 사랑하는 분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어린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많은 프로그램을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교통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자주 찾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내년에 국립극장은 리모델링을 위한 대 공사를 합니다. 산뜻하고 새롭게 단장하여 국민 속의 국립극장, 또 세계 속의 국립극장이 되도록 많은 분들이 성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많은 계획을 가지고 해외무대로 뻗어나가도록 노력하고, 또 국내에서도 최고의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