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바네는 아라카와(荒川)를 경계로 사아타마(埼玉)현 가와구치(川口)시와 면해 있다. 신주쿠(新宿)와 사이타마시를 잇는 사이교(埼京)선, 요코하마(横浜)와 사이타마를 잇는 도호쿠게힌(東北京浜)선 등 JR의 6개 노선이 통과하는 비교적 철도교통이 발달한 지역이다. 오래 전부터 동경의 “북쪽현관”으로 불리웠으며, 아카바네역을 중심으로 전쟁이 끝나고 환락가가 크게 자리잡았다고 한다.

 

이 시기에 이름 붙여진 곳이 [OK요코쵸]다. “요코쵸”는 우리말로 “옆골목”,”뒷골목”정도로 해석될 수 있다. 이 [OK요코쵸]로 명명된 배경에는 여러 설이 있지만, 1957년 개봉한 미국 영화 [OK목장의 결투]의 영향과, 당시 이 환락가의 주고객이 미군들이었기에 그렇게 이름이 지어졌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고 한다. 아카바네뿐만 아니라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 초까지 일본 전국에 [OK요코쵸]가 생겨났으나, 지금은 대부분 사라진 상태라고 한다. [OK요코쵸]의 특징은 한마디로 “품격보다는 맛과 가격”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다. [OK요코쵸 아카바네]도 그 특징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필자가 이곳을 찾은 것은 2008년 여름 동경에 2개월간 출장을 가 있을 때였다. 지인으로부터 한잔 하자는 제의와 함께 이곳을 소개 받았다. 아카바네역에서 히가시구치(東口)로 나와서 바로 좌측으로 돌아가면 [OK요코쵸 아카바네]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OK요코쵸]로 직행하는 법이 없다고 한다. 어귀에 있는 다치구이(立ち食い)어묵집에 들러 어묵을 안주 삼아 생맥주를 한잔 하는 것이 정식코스(?)라는 것이다. 오사카(大阪)풍의 어묵맛은 퇴근길 출출해진 샐러리맨의 발길을 붙들기에 충분하였다.

 

어묵과 생맥주로 시장기를 훔친 우리는 오늘의 목적지인 [OK요코쵸]에 당도하였다. 3미터도 채 되지 않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20채 정도의 선술집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 중에서도 오늘 들른 곳은 야오키[八起].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인데도 벌써 1,2층 모두 빈자리가 없을 정도이니 꽤 인기가 있는 모양이다. 분위기나 메뉴를 봐도 보통 일본 선술집과 별로 차이 나는 점이 없어 보이는데 이렇게 인기가 있는 비결이 무엇일까 납득이 가지 않았으나 주문을 하고 하나 하나 맛을 보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우선 주류다. [홋피]라는 지금까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주류가 등장하는 게 아닌가? “홋피”라는 의미는 제조사 사장이 “맥주의 원료인 호프를 사용했지만 맥주가 아닌 음료”라는 뜻을 담아 상품명으로 사용한 고유명사가 이제는 보통명사가 된 것이라고 한다. 전후 곤궁했던 시절, 고급 주류인 맥주를 마실 수 없는 서민들에게 맥주맛을 느낄 수 있는 대체 주류로 대중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의 고도경제성장과 함께 서민들도 어렵지 않게 맥주를 마실 수 있게 되자 그 인기는 차츰 시들해져 갔으며,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에는 관동지방 극히 일부 주점을 제외하고는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던 홋피가 다시 장기 경기침체와 함께 재등장하여 점차 과거의 영예를 회복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마시는 방법은 처음 홋피를 주문하면 홋피 한 병과 “나카미”라고 하는  소주 1할 정도가 든 맥주컵이 나온다. 그 컵에 홋피를 5할 정도 부어서 잘 섞으면 알코올 도수 5%정도의 맥주(?)가 된다.

 

그리고 안주는 정말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었으나, 일명 “바사시”(馬刺し:말고기 육회)는 압권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바사시를 좋아해서 일본에 갈 기회가 있을 때면 으레 바사시전문점을 찾아 맛도 보고, 서로 비교하는 것이 하나의 취미로 하고 있는데, [야오키]의 바사시는 일본 내에서 가격대비 가장 맛이 좋은 곳이라 장담할 수 있다.

고기에 지방(비계부분)이 환상적인 비율로 배합되어 전혀 질기지 않으며, 씹는 맛이 대단히 좋다.

 

동경에서도 옛 정취를 간직한 뒷골목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도시화의 물결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인지 모르겠으나 나이 지긋한 어르신네들의 젊은 시절 추억과 낭만이 깃든 장소가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아쉬움도 크다. [OK요코쵸 아카바네]도 언젠가는 사라질지 모르겠다.

동경 도심에서 다소 떨어진 곳이라 발길하기가 쉽지 않을지 모르겠으나 독자 여러분 중에서 혹시 관동지방을 여행하실 분이 계신다면 꼭 한번 찾아가 보시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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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관리부장 신승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