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국제교류기금 공모사업으로 진행되는 <JF 펠로십 프로그램>에 참가한 분들의 진솔한 일본체류이야기와 일본연구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공영태
진주교육대학교 과학교육과 교수

 

■다시 일본으로

 

2007년 9월 초순, 일본국제교류기금의 일본연구 펠로십으로 아이치 교육대학이 있는 나고야행 비행기를 탔다. 요코하마국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한지 9년 만에 다시 일본에서의 연구생활이 시작되었다.

 

 

 

 

<카리야시립 스미요시 유치원>

유치원 딸아이의 유학생활

 

 2007년 아이치현 가리야시에서의 처음 일주일은 너무나 더웠다. 무더위

  더위로 인해 매일 매일이 인내를 필요로 했다. 실내온도는 32도를 넘었지만 선풍기는 물론, 냉장고도 없는 생활은 생각보다 참기 힘들었다. 마침 6살되는 딸아이는 일본 공립 유치원에 다니게 되었는데 땡볕에 도로 가를 20분 정도 걸어 다니는 길을 서툰 일본어만큼이나 힘들어했다.

 늦여름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다행히도 아이는 새로운 생활에 빨리 적응해 갔다. 유치원에는 외국인이 딸아이 한 명뿐이었지만 모두들 딸아이에게 친절하게 대해 준 것이 큰 힘이 되었다. 얼마 되지 않아서 딸 아이 입에서,

 여기는 너무 좋아. 맘대로 놀아도 돼. 하루 종일 운동장에서 놀아.

이런 말들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오후면 새까맣게 그을어 오는 얼굴이며 팔, 온몸이 흙투성인지라 처음에는 안쓰럽기까지 했지만, 아이는 너무 좋다고 했다. 유치원의 각 교실들은 넓은 운동장과 바로 연결되어 있어 언제든지 나가서 뛰어 놀게 되어 있으며, 큰 나무에 그네들도 매달려 있었다. 또 곤충채집망 등도 항시 교실 입구에 많이 놓여 있어서 남자 아이들은 그것들을 가지고 늘 뛰어다니고 있었다. 한 켠에는 자전거도 따로 마련되어 있어서 친구들과 함께 스스로 배울 수 있게 준비되어 있었다.

 어느 가을 아침이었다. 딸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돌아서는데 유치원 아이들이 나무 열매를 여러 개 따고 있어서 조심스레 한마디 건넸다.

 

- 열매 따도 괜찮은 거야?

, 괜찮아요. 밑에 많이 떨어져 있으니까.

- .

- 그 열매, 빨간색이 나중에 까만 색처럼 변하는 거네.

아니요. 녹색 열매가 까맣게 변하는 거예요. 빨간색은 그냥 빨개요.

- . (멋쩍음) , 잘들 아네.

매일 보니까요

 

그랬다. 아이들은 그 나무를 매일 만지며 너무 친해져 있었다. 색 색깔의 꽃잎들, 나뭇잎들을 직접 따서 만지작거리며 촉감을 느끼고 냄새를 맡아보고 눈 가까이 대어보며 무엇이 들어있나 자세히 살펴보기도 하며, 이렇게 아이들은 놀고 있었다. 놀이를 통해서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나무를 꽃을 소중히 해야 하기 때문에 만지는 것도 꺾는 것도 떼는 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나의 고정관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초등교육 특히 과학교육에 관해 미래의 일선교사들을 책임 맡고 있는 자로서 참 부끄러운 순간이었다. 교육의 원점에 서서 다시 교육을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나의 연구생활 

 

이번 연구과제는 일본의 학교 교육에서의 창의성 교육의 현황과 사회적 배경을 조사하는 것이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배출된 적이 없는 노벨 과학수상자들이 21세기에 들어서도 꾸준히 배출하는 일본의 창의성 교육의 배경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것이었다. 연구 지도교수인 아이치교대의 요시다교수님의 덕분으로 6개월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약 70여 곳의 초, 중, 고등학교를 방문하고, 학교별 연구발표대회에도 참여하여 과학 수업을 직접 참관하고 현장 과학 교사들과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었다. 우리나라 과학실보다는 시설적인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과학실에서의 수업비율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았다. 더욱, 나의 눈을 끌게 하는 것은 학생들이 교과서와 함께 들고 다니는 과학탐구 노트였다. 매번 교사가 내어주는 유인물과 관찰리포트를 차곡차곡 정리하여 나름대로의 과학탐구노트를 가지고 수업시간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여유 있는 과학 수업이 되는 요인으로는 얇은 초등학교 과학 교과서에 있었다. 현재 일본의 초등학교 과학교과서의 두께는 우리나라의 2/3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올해부터 바뀌는 새로운 과학 교과서는 우리나라의 1/2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많은 양의 과학 지식과 개념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확실하게 학습하게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자연에 접하며 자연에서 생활하고 자연을 관찰하고 탐구하는 능력을 직접적인 체험을 통하여 기르게 하는 것이 대부분 초등학교에서 행하는 과학 교육의 중심 목표였다. 일본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들은 한결같이 말하고 있다. “나의 연구의 원동력은 어릴 적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뛰놀던 마음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장인 정신을 존경하는 사회, 과학기술입국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 과학기피를 줄이기 위한 학교의 노력, 훌륭한 과학교사를 양성하기 위한 교원양성대학의 노력 등 이번 연구과제에서 추구한 한 구체적인 사회적 배경의 대략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기저에 깔려있는 기본 철학은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그리고 “과학 창의성은 여유에서 생겨난다.”는 믿음이었다.

 

 

<아이치교대 부설중학교 과학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