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국제교류기금 공모사업으로 진행되는 <JF 펠로십 프로그램>에 참가한 분들의 진솔한 일본체류이야기와 일본연구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나의 일본연구 생활과 현재

 

 

 

조정윤

마포문화재단 공연사업팀장

 

필자는 2009 2월부터 1년여 간 요코하마시에 체류하며 일본의 공립문화시설과 지역문화재단의 운영에 관한 연구를 실시하였다. 일본국제교류기금의 지원과 ()전국공립문화시설협회(公立文化施設協)의 도움으로 일본 내 30여 곳 이상의 공립문화시설과 지역문화재단을 현장방문하며 연구를 진행하였다. 필자의 박사학위논문인 [일본 지역문화재단 운영에 관한 연구]는 일본 현지에서의 1년여의 연구성과로 나오게 되었다.

 

()전국공립문화시설협회(公立文化施設協)는 일본 전국 공립문화시설의 네트워크를 통한 지역문화의 진흥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된 공익법인인데, 현재 국·공립 문화시설 1,300관 이상이 가입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와 유사한 기관이다. 필자의 연구는 우선적으로 공립문화시설협회로부터 연구·조사 협력을 얻고, 동 협회가 발행한 공립문화시설 및 지역문화재단에 관한 자료, 보고서, 세미나 자료 등을 활용했다. 그 결과 일본 공립문화시설의 전반적인 현황을 문헌상으로 분석할 수 있었다. 문헌조사를 근간으로 현지 방문 연구조사를 통해 일본 지역문화재단의 담당자 및 관계자 히어링 조사를 통해 운영 상황, 과제, 재단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중요 포인트, 개선사항 등에 관한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접할 수 있었다.

 

최근 일본 공립문화시설 현장의 가장 큰 변화는 단연 지정관리자제도(指定管理者制度)의 도입이었다. 필자는 한국에서 이미 문헌을 통해 일본의 예술경영학계 및 현장의 반응은 제도 자체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며, 특히 공공성을 기반으로 하는 공립문화시설에는 적용될 수 없다는 논의를 접한 상태였다. 그러나 막상 현장의 현실은 제도 도입 후 일본 공립문화시설 관리운영 및 사업에 있어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하고 있었다. 제도의 문제점을 끊임없이 제기하는 일본 예술경영학계와 달리 현장의 반응은 제도에 일정 수긍하며 시설운영 및 사업에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었던 것이다. 예상외의 현장의 차분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립문화시설의 경제성·효율성 대 공공성에 대한 논의는 일본 문화정책 및 예술경영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었다.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의 재정악화로 인한 대대적인 문화예술지원 예산삭감, 출자법인의 폐지·예산삭감, 사업내용 수정, 문화예술지원에 관한 민간의 역할 강화 및 지방자치단체로의 이관을 주요 골자로 하는 정책적 방침으로 논쟁이 더욱 가열되고 있었다.

 

지정관리자제도 시행으로 인해 필자가 현장을 통해 감지할 수 있었던 일본의 공립문화시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점은 직원들의 고용불안 및 조직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 심화였다. 경제적 효율성을 중시하는 지정관리자제도의 도입은 지자체의 문화재단에 대한 재정 및 인력 삭감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눈에 뛰었다. 또한 지정관리자로 선정된 지역문화재단은 3~5년 간의 지정관리 기간 동안 매년 동일한 예산으로 사업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예산의 증액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인력 면에서도 고용불안 및 구조조정의 위기에 노출되고 있었다. 만약 기존 문화재단이 공립문화시설의 지정관리자로 지정되지 못할 경우 지자체로부터 인력 감원의 압력이 발생하게 되는데, 결국 지정관리자 제도의 도입으로 인해 기존의 전문직원은 지정관리자 기간 동안 계약의 형태로 근무를 하게 되어 고용불안 및 조직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편 현장에서는 긍정적인 방향도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제도적 환경변화로 위기감을 감지한 직원들의 업무에 대한 자세가 바뀌고 있었다. 불평·불만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기보다는 조직 내 제도에 관한 의견교환, 상하관계의 소통, 재도약을 위한 업무에 대한 열정이 조직 내 새롭게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이는 일본인의 '혼네'(本音), '타테마에'(建前)의 본성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혼네)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겠다(타테마에)”는 직원들의 모습이 일본의 공립문화시설 현장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필자의 일본에서의 연구기간은 학문적 연구성과뿐만 아니라 현재 업무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 현재 국내 문화예술 현장으로 복귀한 필자는 일본에서의 연구활동을 한국적 현실에 접목시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선진적인 일본 공립문화시설의 커뮤니티 아츠 구현을 위한 사례를 한국적 실정에 맞게 도입하고자 하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였다. 새로운 사회적 사명(미션)인 시민 문화예술 지원 및 프로그램 운영, 시민 문화예술 기획, 연출, 진행 등 커뮤니티 아츠 구현을 위해 지역주민의 참가·육성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 본인이 소속한 마포아트센터는 기존 시설의 대관과 감상형 및 보급형 기획사업을 통한 감상사업에서 지역 주민이 직접 예술작품에 참가하는 시민참가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계발하고 있다. 또한 필자는 일본 공립문화시설과 지역문화재단의 사례를 지방자치단체, 국가의 정책사업에도 반영하는데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부평문화예술회관 장단기 발전방안 연구] [국립극장 예술단체 단원 오디션 개선방안 연구] [마포문화재단 중장기 발전계획] 등 연구조사 사업에도 공동연구원으로 참가하였으며, 최근에는 [국립극장 재배치 연구], [서울지역 기초자치단체 문화예술회관의 고유역할과 운영에 관한 연구]에도 연구원으로 참가하고 있다.

 

개인의 학문적 발전과 한국 예술경영 분야에 일본사례를 전파하는 계기를 마련해준 나의 일본 펠로쉽프로그램 생활의 경험, 일본 공립문화시설 및 지역문화재단의 연구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다시 한번 일본에서의 연구 기간 중 아낌없는 지원을 해 주신 국제교류기금에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아무쪼록 향후 한국과 일본의 문화예술, 예술경영 분야 교류에 필자도 작은 힘이 되었으면 한다.

 

필자소개
조정윤은 고려대학교 독어독문과를 졸업 후, 영국 Greenwich University, City University에서 예술경영을 수학하였으며, 성균관대학교 공연예술과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PMG KOREA 공연기획팀에서 해외공연을 담당하였으며, 부천문화재단 문화사업팀, 고양시 문화예술과에서 문화예술 전문위원으로 근무하였다. 현재는 마포아트센터 공연사업팀장으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