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F와 함께 한 사람들 (19)

 

 

 

교토에서의 학술교류 경험과 동아시아 일본문학 포럼을 희망하며

 

 

 

고려대학교 일어일문학과 부교수

정병호

 

 

1. 일본에서의 연구

 

2011 2월부터 JF의 일본연구 펠로로서 일본 교토(京都)에서 체재하였던 1년간은 다양한 학술교류와 경험을 가질 수 있었던 뜻 깊은 시간들이었다. 연구에 앞서 일본에 도착하여 얼마 지나지 않아 있었던 3.11 동일본 대지진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자연과 인간의 재난을 생각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3.11 대지진 이후에 일본현대문학에서 하나의 비평용어로 성립한진재(震災)문학’, ‘원전(原電)문학을 통해 일본에 체제하면서 새로운 연구테마를 모색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일본 체제 기간의 연구테마는 원래 계획대로 식민지 일본어 문학이었다. 이들 문학은 한국이나 구만주지역, 대만, 동남아시아 등 일본의 구식민지지역에서 간행된 일본어 문학을 가리키는 말인데 오랫동안 국문학 중심의 전통 속에서 일본이나 한국의 문학연구에서 그다지 다루지 못하다 최근 10여년 사이에 새로운 시각에서 다양한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이다.

교토에서 이 분야의 전문가인 기무라 가즈아키(木村一信) 리쓰메이칸대학 명예교수님이나 나카네 다카유키 에히메대학교수님 등과 다양한 내용의 교류를 하면서 동아시아 지역의 일본어 문학의 역사성과 연구의 의미 등을 함께 모색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특히, 작년 11월에는 타이완 국립 정치대학의 천팡밍(陳芳明)교수님이 이끄는 대만문학연구소와 공동 심포지움을 개최한 바가 있는데 동아시아 각국이 그 인식을 달리하고 있는 이 지역의 근대사를 공동으로 인식하는 방법으로 이 식민지문학 연구의 필요성을 공유하고 이를 실천해 나가고자 의견을 나눈 점은 지금도 기억에 새롭다.

 

2. 귀국 후 연구의 방향성

 

2월 다시 한국에 돌아와 1년 동안 일본에 머물면서 수집한 자료와 텍스트를 보면서 이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들을 기획하였고 앞으로 이를 동아시아의 일본문학 연구자들과 공유하고자 희망하고 있다. 먼저 작년에는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미국 등 33명의 학자가 참여하여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대만, 동남아시아, 미국, 남미 등의 일본어 문학을 정리하여 『제국일본의 이동과 동아시아 식민지문학1,2(도서출판 문, 2011.11)을 출간하였다. 나아가 올 3월에는 필자가 책임을 맡고 있는 고려대 일본연구센터식민지 일본어문학문화 연구회에서 『완역 일본어잡지 <조선>문예란』, 『조선 속 일본인의 에로경성 조감도 1, 2』『일본어잡지로 보는 식민지 영화 1,2,3』『경성의 일본어 탐정소설 탐정취미』(이상 도서출판 문, 2012.3) 등의 연구서와 편역서를 간행하였다. 이들 저작들은 모두 한반도 내에서 간행된 일본어 잡지들 속에 들어 있는 문예란이나 다양한 문화사회기사들 중 당시 재조(在朝)일본인의 중층적인 일상사를 잘 보여주는 문화 및 문학 관련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작업에 기초하여 앞으로 일본문학이나 위의 식민지 일본어 문학을 단지 일국(一國)차원에서가 아니라 가능하다면 동아시아 시각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동아시와와 동시대 일본문학 포럼을 구성해보고자 하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동아시아에서 일국이라는 국가 단위를 넘어 일본문학과 일본어 문학을 테마로 하여 이 지역 연구자들과 함께 근대기 이후 불행한 이 지역 과거 역사의 문제, 그리고 오늘날 다양한 차원의 문화교류, 또한 동아시아 지역에서 함께 공유해 나가야 할 다양한 비전 등을 논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해 갔으면 한다. 이러한 모임이 만들어진다면 작년 1년간 교토에서 여러 연구자와 나누었던 교류의 경험이 당연히 그 출발 지점이 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