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F와 함께 한 사람들 (24)

 

 

다시 맛본 유학(遊學)의 기쁨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교수

조재국

 

 

 

 

 

▲ 기부네진자(貴船神社)에서 아내와 함께"
 지난 2011, 안식년을 얻어 교토(京都)의 도시샤(同志社)대학 신학부에서 객원교수로 그 동안 밀린 공부와 연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5월 초순에 가족들과 함께 교토에 도착하여 대학에서 마련해준 숙소인 간잔(看山)하우스에 여장을 풀었다. 동쪽으로는 히에산(比叡山)이 바라다 보이고, 남쪽으로는 교토국제회의장이 있는 아담한 2층 건물인데, 모든 설비가 되어 있어서 외국인 연구자들에게는 참으로 편리한 곳이었다. 마침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큰 딸이 도시샤대학 문학연구과에 입학하게 되었고, 아내가 객원교수로 강의를 하였기 때문에 우리 가족 3인은 함께 캠퍼스생활을 즐길 수 있었다.

 

 매일 자전거로 대학의 연구실로 통학하면서 자연히 다이어트를 할 수 있었고, 교토 가모가와(鴨川)의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그 옛날 정지용, 윤동주 시인이 느꼈다던 정취를 즐길 수 있었으나 워낙 둔재라 시작을 못해 아쉬웠다. 유학시절에 만났던 일본인 친구들과 재일교포친구들은 모두 건강하게 잘 살고 있었고, 훌륭한 일들을 하고 있었다. 특히 대학에 재직하고 있는 친구들은 자신의 연구테마에 대하여 깊이 있는 연구성과를 내고 있었다. 일본의 생활이 한국인이 보기에는 매우 빡빡해 보일 때가 있지만, 홀로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연구테마를 가지고 씨름하는 연구자들을 보면 저절로 존경심이 들었다.

 

 도시샤대학의 국책연구소의 하나인 일신교연구소에서는 거의 매달 연구회와 공개강연회가 있었는데, 나도 객원연구원으로 모든 연구회에 참석하였다. 종교간의 대화가 지역분쟁과 같은 글로벌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서 연구소는 이슬람교, 유대교, 기독교의 학자들을 초청하여 공개강연회와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자신의 연구테마와도 관계가 있어서 나는 적극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서 온 학자들과 토론하였는데, 토교에서 NHK등 매스컴 관계자들도 참석하여 이집트의 민주화 및 이슬람 관련 등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심도 있게 다루었다. 연구회의 간사역할을 하던 무라다 고지(村田晃嗣)교수가 금년에 학장으로 선출되었기 때문에 글로벌 이슈의 연구가 더욱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마침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의 이소마에 준이치(磯前順一)교수가 대학원 수업을 담당하고 있어서 관심있는 테마였기 때문에 청강을 요청하여 참석하였다. 종교개념의 연구사를 중심으로 포스트모던 종교문화이해가 중심 테마였는데, 특히 일제시대 이후 일본학자들의 연구를 통하여 근대일본의 종교와 정치의 관계를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대학원생들과의 활발한 토론을 통하여 일본의 신도와 불교, 그리고 현대 기독교에 이르는 정신사에 대한 분석 및 한국의 그것과의 비교는 자신의 연구에 큰 임팩트를 주었다. 자신의 연구테마인 기독교수용기의 한일비교연구에 관련된 자료수집과 독해, 연구노트 작성 등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귀국 후에 서너 편의 관련논문을 발표할 수 있었고, 연세대에서 기독교와 타종교라는 대형강의를 개설하여 200여명의 학생들이 수강한 가운데, 지역분쟁에서의 종교의 역할에 대하여 각 종교의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세미나식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교토는 나의 제2의 고향이고, 두 딸이 태어나 자란 곳이다. 이번 유학(遊學)을 통해서 일본의 역사와 문화가 농축되어 있는 교토의 참 모습을 다시 보고 느낄 수 있어서 행복했다. 일본국제교류기금의 지원과 배려로 전통적인 일본문화를 체험할 수 있었고, 생활고 없이 편안하게 연구하고, 여행하고, 사람들과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은 큰 축복이다. 앞으로 일본문화의 진수를 배울 수 있는 종교관련 고전들을 번역하여 한국인들이 읽을 수 있게 하기를 바라고 있다. 한일 간에는 짧은 갈등의 역사 이전에 오랜 우호의 역사가 있었음을 상기하며, 좋은 것을 함께 나누는 선린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