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의 일본 거장전(3K영화제:7/1~8/10)>에 즈음하여, 일본영화사에 길이 빛나는 고바야시 마사키, 기노시타 게이스케, 기무라 다케오 3인의 감독이 제작한 영화의 매력과 영화 관람 포인트를 3인의 대표 작품과 함께 소개하는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이정국(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영화감독)

 

        

 기노시타 게이스케 감독의 영화세계(2)

 

이번 3K 영화제 감독중 상대적으로 제일 젊은 기무라 다케오 감독(1918~ 2010)200891세의 나이에  <꿈대로(のまにまに)>(2008)라는 영화로 ‘세계 최고령 장편영화 감독 데뷔’ 부문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것으로 유명하다. 물론 그게 가능했던 것은 그가 1945<바다가 부르는 소리>로 미술감독에 데뷔한 이후 60여 년간 200여편의 미술감독을 한 경력과 2004년부터 <몽환방향>등의 단편영화 연출을 해 본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평생 존경하는 인물로 페데리코 펠리니를 꼽은 기무라 다케오의 미술감독으로서의 스타일은 현실과 환상 사이에 나타나는 기묘한 색채감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그의 스타일은 그와 작업을 한 스즈키 세이준, 구마이 게이, 구로키 가즈오, 하야시 가이조 등의 영화를 보면 잘 나타나 있다. 그는 노년에 닛카츠 예술학원 원장을 겸임하며 후진을 양성하는 가운데, 감독으로서 다수의 단편과 <꿈대로(のまにまに)><황금 꽃>(2009)이라는 두 편의 장편영화를 남겼다.

다행히 필자는 그의 두 장편중 하나로 상영된 <꿈대로(のまにまに)>는 이번 3K 영화제에서 상영되었기에 볼 수 있었다. <꿈대로(のまにまに)>의 일본어 원제목을 우리말로 정확하게 번역을 하면 ‘꿈결에’라고 한다. 기무라 자신이 쓴 <87x 26의 광장>을 원작으로 만든 이 작품은 노년에 이른 감독이 그야말로 정말 꿈결에 만든 영화처럼 자전적인 이미지가 파노라마처럼 연결된다. 전쟁 체험의 기억을 축으로 노인과 젊은이, 남자와 여자, 삶과 죽음,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묘사되는데, 주요 메시지는 ‘살아라!’이다. 미술감독 연출자답게 그의 영상 이미지가 빼어나고 상징적이다.

<꿈대로>를 감상하고 난 소감을 말하자면, 다케오 영화의 개별적인 숏은 아름답고 특별해 보이지만, 전체적인 스토리는 좀 난해하고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가인 필자조차도 집중이 쉽지 않은 것으로 봐서 아마 상업영화로 극장에서 오래가기엔 한계가 있었으리라 본다. 그렇다고 그가 찬미하는 펠리니 영화들처럼 스토리와 캐릭터를 탄탄하게 갖춘 영화도 아닌 것 같다. 작품을 뭐라고 평가하기엔 좀 애매했다. 대중영화나 일반적인 예술영화의 경계를 다소 비켜간 듯 했다. 감독 자신도 애초부터 작정하고 시각적인 요소를 우선하고, 스토리를 나중에 생각했다고 하니 이해는 된다. 그는 연출 과정에서 배우를 이해시키기 보다는 그들이 자신의 뜻대로 해주길 원했다 한다. 마치 미술작품 속의 소도구처럼... <꿈대로(のまにまに)>는 정말 기무라 다케오의 인생을 응축시키고자 만든 작품인 듯 다양한 이미지와 상징적인 가치들이 곳곳에 녹아있다. 왜 이 작품이 그렇게 난해하게 보였는지는 기무라가 스스로 한 말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그는 ‘나는 절대로 평범한 영화를 찍지 않겠다. 기존의 영화문법을 파괴하고 필름이 주체가 되는 작품을 만들 것이다. 아마 세 번을 봐야 다 이해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다. 나름대로 미학적인 실험을 한 셈이다. 그 노년에 대단한 용기다.

그의 두 번째 장편인 <황금꽃>(2009)은 요양원 배경으로 식물박사인 한 노인이 불로장생하는 ‘황금꽃’이라는 전설의 꽃을 찾는다는 스토리라고 한다. 나중에 그 꽃을 찾지만 결국 죽게 된다는... 작품을 직접 보진 못했지만, 그가 노년에 느낀 인생에 대한 태도를 잘 반영한 주제로 보인다. 기무라 다케오의 영화경력을 보면서 놀라운 것은 그가 90세의 나이에도 영화감독을 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된 일본의 영화제작 환경이다. 우리 한국에서는 극소수의 감독을 제외하고는 50대가 넘어가면 이미 한물 간 감독으로 치부해 버리고 제작. 투자 자체를 외면하고 있는 실정을 생각하면 부러운 일이다. 미래에 우리 한국에서도 기무라 다케오처럼 90세의 나이에도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