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토 다카사키역 : 다루마벤토(達磨弁當)

다루마(達磨:달마)대사는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진 중국의 명승으로, 불교 종파의 하나인 선종(禪宗)의 개조이기도 하다. 9년 면벽 후 마침내 손도 다리도 필요없게 되어 없어져버렸다는 전설이 있다. 일본에서는 예부터 이 이야기에 근거하여 매우 양식화된 다루마인형이 인기를 끌고 있다. 거의 동그란 모양에 새빨간 몸의 반 정도가 얼굴인 이상한 모습이지만, 결코 나쁜 기색이 아닌 아주 유머러스한 것으로써 받아들이고 있다. 또, 이 인형은 바닥에 추가 들어 있어 넘어뜨려도 넘어지지 않는 칠전팔기라고 하여 재수가 엄청 좋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도쿄에서 북서방향 약 100킬로미터에 위치하고 있는 군마(群馬)현 다카사키(高崎)시는 다루마인형 제조로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옛날 농가의 부업으로 이 다루마 제조가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일본 전역에서 가장 큰 다루마시장이 서게 되었다(1월 6일과 7일). 다루마인형에는 지역별로 많은 종류가 있는데, 이 지방의 특색은 눈을 일부러 새하얗게 하여 샀을 때 오른쪽 눈을 검게 칠하고(눈을 넣는다고 한다), 소원이 이루어졌을 때 왼쪽 눈도 마저 칠하는 관습이 있다. (사진 참조)

이러한 다카사키시의 다루마를 본 뜬 용기에 담겨진 것이 다카사키역의「다루마벤토(達磨弁當)」이다. 사진에도 나와있는 것처럼 새빨간 둥근 용기에 닭고기와 버섯, 산채조림 등이 담겨져 있다. 도시락을 크게 해산물 도시락과 산나물 도시락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 도시락은 전형적인 산나물 도시락이다. 재료 자체가 특별히 진귀한 것이 아닌데도, 맛으로 유명한 것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겠다.


다카사키역은 도쿄에서 뻗어난 하나의 철도가 산악지방을 향해 몇 개의 선으로 나뉘는 분기점으로, 도쿄에서 그리 멀지않은 적당한 거리라는 점을 생각하면 아마 이 도시락은 기차 안에서 먹는 것보다 기념품을 도쿄로 가지고 간다는 의미로써, 귀행길인 상행선에서 더 많이 팔리지 않을까 싶다.

다루마 용기의 입 부분에는 가로로 틈새가 나 있는데, 이는 도시락을 다 먹고 난 후 저금통으로도 쓸 수 있다는 덤인 셈이다. 다카사키를 통과하는 나가노신간센이 개통했을 때에는 신간센 기차를 모방해서 평소의 빨강색 이외에 녹색 도시락이 발매되었고, 나가노 동계올림픽 때에는 흰색 도시락이 발매되었다고 한다. 또 아이들용으로 헬로키티 다루마도시락까지 있는걸 보면, 확실히 융통무애의 선종 정신이다.



<글: 본센터 소장 구보 가즈아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