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토우
녹음이 짙은 산들에 둘러싸여 따끈한 족탕을 하며 귀를 기울이면, 시냇물소리와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려 온다. 수면을 비추는 반딧불이 한순간 일상의 복잡함을 잊게 해 준다. 이것이 바로 유모토(湯本) 온천의 여름 풍경이다.

 

유모토 온천은 야마구치(山口)현 북서부에 위치한 나가토(長門)시 후카와(深川)에 있다. 야마구치현은 일본 혼슈에서 한국에 가장 가까운 현으로, 라디오를 켜면 한국어 방송이 흘러 나올 정도다. 시모노세키시에서는 부산으로 가는 페리도 있다. 나가토시는 近松門左衛門(지카마쓰몬자에몬:에도시대의 유명한 죠루리*1 작가)의 출신지로 알려져 있고, 또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동요시인 가네코 미스즈의 고향으로도 유명하다.

 

유모토 온천의 역사는 오래되었는데, 지금으로부터 약 570년 전에 발견되었다. 유모토에 있는 다이네지란 절의 주승이 스미요시다이묘(住吉大明)신을 설법한 후 답례로서 계시를 받은 것이 시초라고 한다. "신이 내린 온천"으로서 야마구치현에서도 1, 2위를 다투는 오래된 온천이다. 지금도 유모토 온천 중심부의 원천은 다이네지가 소유하고 있다. 에도시대에는 당시의 번주도 이곳에 자주 방문하여 즐겼다고 한다.

 

▲ 레이토우
이곳에는 시가 운영하는 공중목욕탕이 2개 있는데, 온토우(恩湯)와 레이토우(礼湯)라고 부른다. 온토우는 소극장을 방불케 하는 그리움이 감도는 건물로, 이곳이 원탕이라고 알려져 있다. 레이토우는 재작년 신축하였는데, 장애인도 쉽게 이동할 수 있는 경계벽이 없이 지어진 공동 목욕탕이다. 일찍이 레이토우는 무사나 승려가, 온토우는 일반인이 사용했다고 한다. 두 곳 모두 요금은 어른 140엔, 어린이 60엔으로 부담없는 가격. 샤워기도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만, 휴게실이나 수건 렌탈 등의 서비스는 없다. 그저 단순하게 온천을 즐길 만큼의 시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온천수의 질은 알칼리로「신경통ㆍ근육통ㆍ관절통ㆍ어깨통증ㆍ관절굳음증ㆍ타박상ㆍ만성소화기병ㆍ냉체질ㆍ피로회복ㆍ건강증진ㆍ피부흉터ㆍ만성피부병ㆍ허약체질ㆍ만성부인병ㆍ비만」에 효과가 있다고 효능란에 쓰여져 있다. 실제로 86세인 필자의 할머니는 어릴 적 크게 상처를 입었었는데, 거의 매일 유모토 탕에 담근 후 흉터 없이 깨끗하게 나았다고 지금도 자랑하고 계시다. 또 위장이 안 좋을 때에는 온천수를 마시면 좋아진다고 한다.

 

시가 운영하는 공중목욕탕은 관광객은 물론이거니와 지역 사람에게도 사랑 받고 있어, 마치 한국의 일반 목욕탕이란 느낌이 든다. 손주를 데리고 온 노인이나 퇴근길인 사람들이 탕에 몸을 담그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모습은 온천 본래의 모습을 전하고 있다고 해도 좋을 듯.

유모토 온천에는 여관, 호텔이 전부 12채밖에 없는데, 산간의 작은 온천에 규모가 큰 호텔이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해보면 좀 놀랍다.

 

유모토 온천에서 차로 5분정도 달리면 기타나가토(北長門) 국립공원에 도착, 바다를 볼 수 있다. 느긋하게 목욕한 후 신선한 생선요리에 한 잔. 봄은 벚꽃, 여름은 반딧불에 개구리, 가을은 단풍, 겨울은 설경. 사계의 풍경과 맛있는 요리를 즐길 수 있는 온천으로서 이곳을 추천한다.

 

*1 죠루리(浄瑠璃) : 三味線(샤미센)의 반주에 맞추어 특수한 억양과 가락을 붙여 엮어 나가는 이야기의 일종으로, 인형극 등에서 음곡에 맞추어 노래하는 옛 이야기이다.

 

<글 : 본 센터 일본어교육파견전문가 미하라 류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