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규슈(구주) 남단에 위치한 指宿(이부스키)시는 년 평균기온 18도, 하와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하이비스커스가 이곳 도처에서 발견되고 있듯이 이부스키는 여행객에게 남국의 정취를 흠뻑 느끼게 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일본 하면 우리 나라의 찜질방 만큼이나 흔한 것이 바로 온천이다. 그 많고 많은 온천 중에 필자가 이 이부스키온천을 추천하는 것은 바로 이부스키만이 갖고 있는 독특함 때문이다. 우리는 보통 온천하면 온천수를 떠올리기 쉽겠지만 이 이부스키온천은 물이 아니라 모래로 온천을 즐긴다는 점이 보통 온천과 다르다.

 

가고시마는 사쿠라지마(桜島)를 비롯하여 7개의 활화산이 있어, 지금도 용암을 품은 채 허연 연기를 내뿜고 있으며, 수시로 포탄이 터지는듯한 굉음과 함께 지반을 흔들고 있다. 이 때문에 이부스키온천을 비롯한 가고시마 지역의 온천수는 몸에 좋은 유황성분과 광물질을 아주 많이 함유하고 있다. 특히 이부스키온천은 그 함유량이 풍부하여 이부스키 사람들은 1년에 세 번만 모래온천에 몸을 묻으면 1년 내내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 이부스키의 천연모래온천은 온천거리 동쪽에 있는 스리가하마(摺ヶ浜)에 위치하고 있으며, 간조 때에는 그 길이가 1Km에 달한다. 해변의 모래뿐만 아니라 바다 속에도 70도가 넘는 온천수가 흘러나오고 있다. 온천을 즐기려면 온천 근처의 호텔이나 여관에 투숙할 경우에는 숙소에서 유카타(목욕가운)와 타월을 무료로 대여해 주고 있다. 숙소을 정하지 않을 경우에는 모래온천회관인 시락쿠(砂樂)에서 유카타와 타월을 1,000엔에 대여 받을 수 있다.

 

유카타로 갈아입고 해변에 나가 자신이 들어갈 모래 구덩이를 파고 발 끝을 바다로 향하게 하고 타월을 목 위에서부터 얼굴을 가리고 누워있으면 숙소 종업원이 몸 위에 모래를 덮어준다. 그 기분은 한 겨울에 온돌방에서 이불을 쓰고 몸을 지지는 것과 같은 기분이다. 처음에는 그 온도를 잘 느끼지 못하다가 점차 온몸에 열기가 퍼져나가면서 지면에 닿은 신체부위부터 손으로 받치거나 몸에 움직여 열을 분산시켜야 할 정도로 뜨거워진다.아무리 땀을 흘리지 않는 사람이라도 모래 구덩이 속에 10분만 있으면 온몸에 송골송골 땀이 배어나오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한바탕 땀을 빼고 나면 모래를 털기 위하여 바로 옆에 있는 노천탕으로 가야 한다. 그러나 필자는 여기서 노천탕보다는 바다를 권하고 싶다. 계절과 관계없이 해수욕이 가능하며, 특별한 잠수 실력이 없어도 바다 밑에 가라앉아 보면 해서에서 온천수가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진풍경도 볼 수 있다.

 

가고시마에는 이부스키의 모래온천 외에도 유황냄새가 물씬 풍기는 온천탕이 90여개나 된다. 이부스키에는 온천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볼거리도 있다. 이부스키에서 그리 멀지않은 찌란(知覧)이라는 곳에 평화기념관이 있다. 찌란은 태평양전쟁 말기에 소위 가미카제특공대가 최후의 비행을 위해 발진하던 비행장이 있던 곳이다. 전쟁의 피해자와 가해자의 입장을 넘어 전쟁이 인간을 어디까지 파괴할 수 있는지를 생각케 하는 곳이기도 하다 온천 후에 역사적인 기념관을 들려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글: 본 센터 문화예술팀 신승준>


* 사진을 제공해주신 이부스키시 관광과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