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국제관계
 - 외래어가 가져오는 단어의 풍부함 -

 

글 : 긴다이치 히데호(金田一秀穗) 교린(杏林)대학 외국어학부 교수

 

본래어(本來語)와 한어(漢語)와 외래어
우리들 신변의 물건들은 거의가 수입된 것들이라고 한다. 음식물만 보더라도 화과자의 재료 대부분은 수입품으로 찹쌀이라든가 팥이라든가 설탕이라든가 이것이야말로 일본의 진수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사실은 외국산 물품이라고 한다.
언어 또한 마찬가지여서 문자만 보더라도, 중국의 한자를 받아와 비로소 우리들은 말을 문자로 쓸 수 있게 되었다. 문자는 차치하더라도, 그 이전의 언어가 전부 수입품이라는 것은 아니고, 옛날부터 일본열도에서 사용되고 있었던 언어가 있는데 그러한 것을 본래어(本來語)라고 한다. 보통은 야마토(大和)언어라든가 와고(和語)라고 한다.
그러나 한자와 함께 여러 가지 말도 중국으로부터 들어와서 언어 속에 수입되었다. 그것을 한어(漢語)라고 한다. 중국제 수입품인 것이다. 예를 들면「매화(梅:우메)」라는 단어로, 아무리 봐도 일본풍의 꽃이고 말의 소리도 일본풍이지만 언제쯤인가에 중국으로부터 들어온 단어로 생각된다.「말(馬:우마)」이라는 단어 또한 그런 것 같다.

 

중국과는 견수사(遣隋使)라든가 견당사(遣唐使), 일ㆍ송나라 무역, 일ㆍ명나라 무역시대 등이 있어서 각각의 시대에 항상 문물 뿐만 아니라 말도 계속해서 수입되어 왔다. 남만(南蛮:무로마치시대~에도시대에 이르기까지 해외무역의 대상이 된 동남아시아에 식민지를 가진 포르투갈, 스페인)무역시대에는 스페인어나 포르투갈어, 그 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의 자바어, 크메르어(캄보디아어) 등이 유입되었다. 중국으로부터 온 것들이 아니기 때문에 이것을 구별해서 외래어라고 한다.

 

그 후 에도시대에는 네덜란드어가 들어오고 조선 무역으로 조선어가 수입된다. 메이지유신을 계기로 한꺼번에 우르르 서양으로부터 여러 말들이 들어왔다. 이것들이 우리들이 외래어라고 할 때에 제일 먼저 떠올리는 단어들일 것이다. 이러한 언어의 수입사의 결과로서 현재의 일본어가 있다.

 

일상의 언어를 지탱하는 외래어
이러한 언어들 중에 그러면 지금 제일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자료가 오래되어서 송구스럽지만, 1951년 당시 발행된 90종류의 잡지 1년 분을 모아 거기에 사용된 언어를 앞 표지부터 뒤 표지까지 자세하게 열거해서 카드를 작성한 조사가 일본 국립국어연구소에서 실시되어 그 결과를 알 수 있다. 지금이라면 인터넷을 사용해서 간단히 조사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과 그렇게 다를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자주 사용되는 언어 (1951년 조사)

▲ 1951년 일본 국립국어연구소에 의한 조사. 당시 발행된 90종류의 잡지 1년 분을 모아서 했다. 와고(和語), 한어(漢語), 외래어, 혼종어 중에서 제각기 자주 사용되는 단어를 많은 순서대로 10개씩 뽑았다. (  )안은 전체에서의 순위.

 

와고(和語), 한어(漢語), 외래어로 나뉘어져 있어서 각각의 베스트 10을 알 수 있다. 또한 그것들을 합친 종합순위도 알 수 있다. 와고(和語)에서 가장 많았던 것은 「하다(する)」라는 동사다. 뭐 그럴런지도 모른다. 종합 순위에서도 1위다.
문제는 한어(漢語)다. 한어의 1위는 종합에서도 4위이다. 그렇게 많이 사용되는 한어가 과연 무엇일까? 사실은 숫자「일(一)」이다. 두 번째로 많은 것이「이(二)」다. 일, 이, 삼 이라고 숫자를 세는 말은 사실은 중국제인 것이다. 우리들은 중국어로 물건을 세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중국의 상하이 방언에서는「이, 니, 셋」이라는 식으로 발음해서 숫자를 센다. 일본과 같다고 할까, 본가의 세는 방법은 중국에 있는 것이다.
외래어에서는 무엇이 많을까? 이것도 들어보면 과연! 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스커트」라든가「TV」일 것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그런 것들이 아니다.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외래어는「센티」였다. 그 다음이「센티미터」이었다.
단위를 나타내는 말이 외래어인 것이다. 이것은 곤란한 일인지도 모른다. 외래어는 일본어를 파손시키므로 외래어를 사용하지 말자고 해도「센티」나「키로」「그램」을 바꿔 말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빼도 박도 못 하는 동맹관계
이렇게 수입만 해서 부끄럽지 않느냐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영어도 실은 거의가 수입품으로 되어있다. 지난해 미국의 이라크 강공책에 대해 프랑스가 반대한 것에 분노해서 미 의회가 식당에서 팔고 있는「후렌치프라이」의 이름을 바꿔서 「프리덤프라이」로 한 적이 있었다.
이 일을 빗대서 프랑스의 신문이 미국의 한 신문사설을, 프랑스어 기원의 말들을 전부 바꾸어 다시 써 보였다. 그것은 도저히 사설이라고 말할 수 없는 터무니없고 유치한 영어였다. 영어는 프랑스어 덕에 지금과 같은 형태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단 이 이야기에는 후일담이 있는데, 그 프랑스 신문 사건을 안 미국 의원의 한 마디.「그렇게 말해 보았자 우리들이 없었으면 그 놈들은 지금쯤 프랑스어가 아니라 독일어를 지껄이고 있을 것이다」.

정말이지 언어를 둘러싼 국제관계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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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다이치 히데오 (金田一秀穗)
일본 죠치(上智)대학 문학부 심리학과 졸업. 동경외국어대학 대학원 일본어학 전공수료. 조부, 부친에 이어서 일본어 연구를 전문으로 한다. 중국의 다이렌(大連)외국어학원, 미국의 예일 대학, 콜롬비아 대학 등에서 일본어를 가르치고, 1994년 하버드 대학 객원연구원을 거쳐 현직. 또한 인도네시아, 미얀마, 베트남 등지에서 일본어 교사 지도를 한다. 저서로는『새로운 일본어 예습법』등, 감수로는『신 레인보우소학국어사전』『긴다이치 선생님의 일본어교실』시리즈 등이 있다.

 

遠近(wochi kochi) 제6호(Aug. / Sep. 2005)에서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