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고치 산책 (27)


<오치고치>는 일본국제교류기금(The Japan Foundation)이 격월로 출간하고 있는 일본 유일의 국제교류전문지로, 이번 호는 이가라시 타로씨의 수필을 전재합니다. 여러분의 애독을 기다립니다.

이가라시 타로五十嵐太郎

(建築史家/東北大学校教授)

 

중국중앙텔레비전의 신사옥(CCTV). 왼쪽은 화재 후 그대로 남아 있는 TV문화센터(TVCC). – 베이징에서
림픽으로부터 1년 후에 베이징을 방문했다.

도착한 순간부터 거대한 신공항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거대한 지붕은 처음 본다고 할 정도로 압도적인 공간이다. 또한 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인 ‘냐오차오(새둥지)’와 ‘워터 큐브’는 최첨단 테크놀로지가 결집된 디자인으로 지금도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20여년 전에 처음으로 베이징을 여행했을 때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도시의 변화이다. 처음에는 고건축과 근대건축을 견학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4년 전과 이번 방문은 활성화된 현대건축을 보는 것이 목적이었다.

특히 렘 쿨하스가 이끄는 OMA가 설계한 중국 중앙텔레비전(CCTV) 사옥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이 빌딩은 루프 형태로 이어진 독특한 형상의 CCTV와 지그재그로 구불거리는 스킨을 씌운 TVCC(TV문화센터), 두 개 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마도 이 빌딩은 올 2월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전세계로 그 영상이 보도된 것으로 더 잘 알려져 있을 것이다. 처음 화재 발생시에는 테러가 아닌가 했지만 불꽃놀이가 원인이었다. 어찌 되었든 준공 직전에 타버린 TVCC가 어떻게 되었는지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었다.

원래 이 프로젝트는 뉴욕의 도시연구로 유명해진 쿨하스가 9·11사고 현장을 개발하기 위한 콤페티션에는 참가하지 않고, 중국에 미래를 걸고 베이징 콤페티션에 참가하여 우승한 것이었다. 그런 만큼, 사고이기는 하지만 건물 화재는 너무나도 아이러니하다. 실제로 현장을 가보니 CCTV는 반짝반짝한 신축건물인데 반해 그 옆의 TVCC는 타버린 상태로 남아있었다. 곧바로 해체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완전하게 남아 있었다. 형제빌딩은 신축건물과 폐허라는 정반대의 모습으로 나란히 서 있다.
한 동을 쓸 수 없게 된 결과, 필요 면적이 부족해 중국 중앙텔레비전은 구 사옥에서 이사를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CCTV는 아직 이전하지 못한 상태이지만 베이징의 오피스가에서 쿨하스의 새 작품은 엄청난 임팩트를 발산한다. 멀리서도 눈에 띈다. 다시 말해 건축으로서는 완성되지 않았지만 랜드마크로서는 이미 완성된 것이다. 높이 경쟁에서도 언젠가는 추월 당할 것이다.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은 테러로 사라졌다. 그러나 CCTV와 TVCC는 루프 형태로 이어진 빌딩이라는 유례 없는 디자인과 기구한 운명으로 인해 유일무이한 존재감을 얻고 있다.


「をちこち」제32호(Dec.’09/Jan,10)에서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