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官)」과「민(民)」을 이어주는 재단의 역할


나카노  저희 재단에서는 일본의 고등학교에서의 중국어, 한국(조선)어 교육을 지원하고 있습니다만, 우선 저희가 학교의 현장 상황을 조사ㆍ파악하고 대처해야 할 문제가 보이면 현장 담당 선생님과 네트워크를 만들어 의견을 공유하면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작년도부터 문부과학성 위촉으로「고등학교에서의 외국어교육의 목표ㆍ내용ㆍ방법에 관한 연구」사업을 실시, 고교ㆍ대학의 중심적인 선생님들과 함께 학습 지도요령에 없는 고등학교 중국어ㆍ한국(조선)어의「학습표준」을 만들고 있습니다.
초중고교의 교육에 참여하기 위해 국내외의 정부기관이나 지방의 교육위원회, 학교현장 등 다양한 공적기관 사이를 왕래하는 경우도 많습니다만, 그들을 자유자재로 이어주는 역할이 재단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행정 측의 신뢰를 얻기까지는 그 나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교육행정을 맡고 있는「관(官)」도 다양한 교육과제에 직면하여, 영어 이외의 외국어 교육에 할애할 능력도 시간도 없는 현상황에 이해하고 있으므로, 저희 같은「민(民)」을 이용하길 바라는 것입니다. 물론 저희에게 노하우와 실적을 필요로 합니다. 저희도 최근에 문부과학성을 시작으로 현(県)의 교육위원회, 그리고 중국, 한국의 정부기관이나 지방 공적기관에의 활동을 시작하여 제휴 또는 공동으로 사업을 실시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고마쓰  선구적인 활동은 전례나 동등을 중시하는 관료조직에서 좀처럼 할 수 없는 것이지요. 그러한 의미로 민간이 개척자가 되고 일정 규모의 자금ㆍ조직력으로 대응해야 할 국면에서는 정부와 역할을 분담한다는 사고방식도 있습니다.
다만 주의해야 할 것은 소위「공(公)」으로서는「민(民)」과「관(官)」이 대등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과제에 따라서 관민의 제휴가 효과적인 경우가 있고, 관이 아니면 이룰 수 없는 역할, 민이 직접 다뤄야 할 분야 등 케이스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민간재단은 행정과 시민사회(시빌 소사이어티)의 사이에 다리를 놓는 존재로서 사회에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공익법인 설립의 간편화 등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공익법인제도 개혁은「민(民)」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동향에 대응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죠.
저희 재단에 대해 얘기하자면, 시부사와 에이이치(渋沢英一)는 흥미로운 사람으로서 대장성(大蔵省) 당시에 국장급까지 올라갔지만 관존민비(官尊民卑)에 반발하여 사직했습니다. 민(民)으로 옮긴 후 처음에 전력을 다 한 것은 은행이었습니다.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은행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이지요. 또한 다양한 업종의 500여 개 기업에 관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복지재단이나 대학 등에도 같은 정도로 관여하여 근대일본사회의 기반형성에 기여했습니다.
요컨대 제1섹터(정부)는 이미 있으므로 제2섹터(민간기업)와 제3섹터(시민사회)의 양쪽, 즉「관(官)」이 아닌 것을 전부 하려 했습니다. 매우 빠른 시기부터 역시 정부나 기업만으로는 결말이 나지 않기 때문에「공(公)」적인 것이 필요하다는 신념으로 다수의 재단을 설립했습니다. 그것은 확실히 지금 왜 민간 재단이 중요한가 라는 부분과 상통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역 차원의 국제교류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에노기타  국제교류라는 점에서는,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에 걸쳐 일본국제교류기금이나 각지의 지자체를 모체로 한 국제교류협회가 지방에서 일어나는 국제교류, 지역에서의 국제화 등 종래의 국가 차원의 교류로부터 변환하여 새로운 테마로의 도전을 위한 거점이 되었습니다. 제1세대의 매력 있는 지도자가 교류사업의 참가자와도 얼굴을 보이는 관계를 형성하고 있고 경제상황도 좋았습니다. 뒤로는 공평성, 평등성을 지키는 행정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2, 제3세대가 될수록 행정 개혁이나 경기 악화가 활동을 부자유스럽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지방분권의 흐름이나 비영리 활동을 하는 민간단체에 법인격을 부여하는「NPO법」의 제정으로 NPO가 빈틈없이 지역의 요구에 따라 편성한 특색 있는 활동을 시작하는 한편, 행정적인 속박이 강하고 유연하며 창조적인 활동이 힘든 국제교류협회나 일본국제교류기금의 활동이 시대에 뒤떨어지는 면도 생기고 있습니다.
현재 국제교류는 도쿄를 비롯한 대도시보다는 시읍면(市町村)이 독자성도 있고 활발합니다. 그러한 것을 도쿄에 있는 많은 재단이 이해해 주었으면 합니다. 예를 들어 지금 지역 차원의 국제교류 활동은 해외와의 국제교류가 아니라, 외국인 주민의 증가에 따른 다문화공생에 모든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거기에 자금이나 지혜의 공급원이기도 한 재단이 어떻게 관련되어 나갈지, 이것은 커다란 테마라고 생각합니다. 다문화공생의 시책 중에서도 외국인 주민의 생활언어로서의 일본어 교육은 매우 커다란 과제로, 일본국제교류기금이 그러한 분야에 관련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요. 그 외에 여러 나라에서 다문화공생의 과제나 실적을 일본에 소개하며 교류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카노  역시 재단의 활동도 최종적으로는 지역 베이스가 됩니다. 저희가 국내 중국어, 한국(조선)어 교육으로 제휴하고있는 선생님 네트워크도 전국 차원로 전개하고 있으며, 지역마다 지부가 있습니다. 역시 지역에 따라 요구사항도 달라지므로 지역의 실정에 맞춘 활동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에노기타  한편으론 한정된 지역에서만 활동하고 있으면 자신들의 활동이 정말로 옳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때로는 독선적이고 매너리즘에 빠지게 됩니다. 그 때에는 정확한 조언이나 정보를 얻거나 연수를 받는 기회가 필요합니다. 그 역할을 일본국제교류기금이 하든 다양한 재단이 맡을 필요가 있겠지요.

 

 

재단의 다양성과 네트워크 만들기


나카노
  다양한 재단이 있다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각각의 장점을 살려 협력할 수 있다면 더 좋겠지요. 물론 실제로는 각각의 목적이나 방침이 다를 수도 있으므로 타 재단과 처음부터 함께 생각하는 것 보다는,「우리들은 이러한 것이 하고 싶다, 그러니까 함께 하지 않겠는가」라고 협력을 부탁해서 제휴를 하는 방법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방법으로 중국 초중고교의 일본어교육지원사업은 단독으로는 불가능한 규모로 실시되었습니다.
에노기타  일본의 재단은 오랜 기간 상근하는 정직원이 한명이라는 소위「1인 재단」이나, 여러 스태프가 있어도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는 재단이 거의 대부분입니다. 사업 운영만으로도 힘에 벅차고 예산도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홍보가 적극적일 수 없습니다. 또한 유감스럽게도 하루하루의 업무에 쫓기느라 조성 방법이나 재단 본연의 모습에 관심을 가지거나, 타 재단과의 정보 공유에 의한 상호 향상의 여유가 없습니다. 물론 자립성이나 독립성의 면에서 활동 내용을 외부로부터 과도하게 체크 받는 것을 싫어한다는 측면도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횡적으로 네트워크를 확장해 재단 섹터로서 제휴ㆍ협력하지 않으면 재단의 지위를 높이는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지명도가 있는 한정된 재단 만이 활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고마쓰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은 간단하지만, 모두가 가입되어 있는 것에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유지해 나가는 것이 어렵습니다. 지속적인「살아있는」네트워크가 가능하다면 확실히 일본의 재단이나 시민사회의 향상도 따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그게 정말로 어려운 일입니다.

 

 

조성하는 측과 받는 측의 벽을 뛰어넘다


에노기타  조성하는 재단과 조성금을 받는 측의 관계가 대등하지 않은 것도 마음에 걸립니다. 돈을 주는 측, 받는 측이라는 관계로부터 하루빨리 탈피하여 대등한 파트너로서의 관계로 성장하지 않으면 재단은 진정한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필요한 것은 재단과 받는 측의 쌍방 능력향상, 우수한 인재의 확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조성금을 받을 때는 그러한 것을 느끼면서 일을 했습니다.
고마쓰  일본국제교류기금은 주최 사업을 실시하면서 같은 수준의 또 다른 중요한 사업으로서 조성도 실시해 왔습니다. 일본국제교류기금이 도달해야 할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다른 단체에 조성을 하든 주최 사업을 실시하든, 그것은 수단의 차이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많은 요청에 응해 넓고 얇게 조성하는 것은 단지 돈을 내는 것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사업의 우선 순위 중에 필요한 조성 안건을 엄선하는 작업이 지금까지 이상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에노기타  공적자금을 지출하는 행위는 사회적인 책임이 동반하므로 그 책임을 다하면서 의미 있는 지원을 해야 합니다.
나카노  조성신청을 모집할 때 어떠한 안건을 원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내세워서 오히려 신청자를 발굴하는 것이 좋습니다. 거기에는 비전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일을 해오면서 가장 기뻤을 때는 사업 관계의 사람들로부터「같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함께 걸어준 재단이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입니다. 동고동락을 한다는 것은 사업형 재단의 실무자로서의 진정한 묘미입니다. 조성사업이라도 좋은 일을 하고있는 프로그램 오피서는 똑같이 프로젝트의 처음부터 끝까지 조성처의 관계자와 함께 땀을 흘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마쓰  미국의 재단에서도 오랜 전통의 포드재단이나 록펠러재단은 그러한 실천이 철저합니다. 프로그램 오피서는 계획 단계부터 신청자와 의론을 해 가며 마지막에는 자신의 직업생명을 걸 정도의 의욕으로 이사회를 통과시키는 것입니다. 조성하는 측의 사람이 자신의 사업을 할 때와 같을 정도로 빠져들어 관계해 나갑니다. 그러한 자세가 필요합니다. 일본에서는 도요타재단이 이러한 방법을 관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에노기타  사사카와평화재단도 그렇습니다. 매력적인 재단이 되기 위해서는 역시 현지에서 직접 발로 뛰어야겠지요. 국내일 경우에는 지방과 도쿄를 잇는 코디네이터 역할의 조직이 너무 없으므로, 재단 측에서 전국 각지의 사람과 착실하게 관계 만들기를 해나가는 것이 제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마쓰  일본국제교류기금은 해외에 사무소가 있으므로 필드에 들어가 관계를 맺을 여유가 더 있을 것입니다. 어쨌든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서류와 컴퓨터만 의지하지 말고 밖으로 나가, 서로 얼굴을 보이는 관계를 만들라는 것입니다. 뭔가 사업을 하려고 했을 때「저 사람이 있으니까 저 재단에 전화해서 물어볼까」라는 그러한 존재가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2006년 12월 6일, 국제문화회관에서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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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노기타 가쓰토시(榎田勝利)
나고야국제센터 근무, 일본국제교류기금 일미센터 전문원 등을 거쳐 현직. 국제교류론, 비영리조직론, 국제협력론이 전문.
이외에도 아시아휠체어교류센터 이사장, 아이ㆍ지구박람회 자원봉사센터 이사장 등을 지냄.

 

고마쓰 쥰에쓰(小松諄悦)
국제문화진흥회를 거쳐 일본국제교류기금에서 일미센터 부소장, 아시아센터 사업부장, 일본연구ㆍ지적교류부장 등을 역임. 런던, 쾰른, 방콕 등에서 해외근무. 다수의 국제교류사업이나 공연활동을 프로듀스 했다. 2006년 10월부터 현직.

 

나카노 가요코(中野佳代子)
일본국제교류기금(도쿄본부, 자카르타일본문화센터), 일본국제교류센터를 거쳐 현직. 국제관계학 석사(문화접촉론, 국제문화교류론). 90년부터 현 소속. 국제문화포럼의 현재 사업의 기획, 개발, 실시에 종사해 왔음.

 

遠近(wochi kochi) 제15호(Feb./Mar.'07)에서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