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NPO 교류활동 참가기

 

글: 김영석(실업극복국민재단 함께일하는사회 기획지원팀)

 

방문지였던 와카모노지리쓰주크(도치기현)의 스탭, 이 곳에서 노동체험을 하고 있는 젊은이들과 기념촬영.

지금 한국에서 가장 큰 사회문제는 무엇인가? 누군가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면 주저없이 “희망을 상실한 젊은이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답니다. 절망하는 젊은이들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 그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해답을 찾고 있습니다.”라고 답을 할 것이다. 물론 나만이 이런 대답을 하진 않을 것이다. 이미 일본작가 이토야마 아키코는 그의 작품에서 자기 스스로를 초라한 기생충에 비유하는 젊은 NEET족의 일상을 그려내고 있다. 또한 한국의 노동석 감독 역시 영화 ‘마이 제너레이션(My Generation)’에서 변변한 일자리 없이 방황하는 주인공의 우울한 일상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절망에 쌓인 자화상을 보여주고 있다. 청년실업, 프리터, NEET 그리고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이런 단어들은 이제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닌 것이다.

 

심각해지는 한국의 청년실업 문제
현재 한국의 실업률은 3.4%(2007. 4월 통계치)로 수치상으로는 매우 안정된 상태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청년실업률은 8%대의 높은 수준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서울을 비롯 대도시의 학원가에는 이미 학교를 졸업하고도 몇 년동안 취업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들과 일찍이 구직을 포기한 청년까지 포함하게 된다면 실제 청년 실업률은 15%에 이른다는 연구결과들을 쏟아내고 있다.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표현하는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과 ‘청백전(청년 백수 전성시대)’이라는 신조어들이 매스컴을 통해 쏟아져 나오고 있고, 이제 일반화된 표현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중·고등학교에 다니다가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10대 청소년까지 포함한다면 그 문제의 심각성은 보다 커지게 된다. 학교와 사회에 도무지 적응하지 못하는 외톨이 자녀를 둔 부모들이 정신과를 찾는 빈도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래를 꿈꾸면서 힘차게 살아가야 할 우리 청소년들이 절망의 수렁을 위태롭게 건너가고 있는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다.

 

희망의 나무를 심고 가꾸는 청년 활동가들과의 만남
일본의 경우 탈학교(不登校), 히키코모리 등으로 인한 젊은이들의 문제가 이미 90년대부터 사회문제화 되었다고 한다. 또한 프리터, NEET족의 급속한 증가 등은 이웃나라 한국보다 먼저 경험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종 사회적인 서비스의 개발과 접근이 한국보다 한발 먼저 실천되고 있다. 또한 이를 해결하기 위한 NPO 활동이 한국의 관련 단체에 소개되기도 하였고, 일부 개별 기관 차원의 교류들도 이루어졌다. 
지난 3월 일본국제교류기금의 초청으로 이루어진 한국 청소년 단체와 실업단체 활동가들의 일본 NPO 방문은 양국의 청년들이 처해있는 문제의 심각성을 확인하고 국제간의 교류를 통해 그 해법을 찾고자 하는 보다 큰 차원으로 프로그램으로 기획되었다.
NPO법인 아와지플랏츠를 방문. 단체 개요 설명을 들은 후, 의견교환시간을 가졌다. 오른 쪽부터 필자, 함께 참가한 양지은, 김숙히, 한복남 씨.
방일 기간 중 처음 방문한 기관은 ‘소다테아게 네트’였다. 도쿄 다치가와시에 소재하고 있고, 취업활동이 어려운 청년들을 대상으로 일종의 취업 연수프로그램인 잡 트레(Job training), 후생노동성으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지역 청년 서포트 스테이션’ 사업 등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는 젊은 NPO였다. 이 단체는 대표인 Kei Kudo씨와 2명의 친구들이 주축을 이루어 설립, 운영되고 있었고, 직원수나 연간 예산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유학파인 이들은 무엇보다 기존관념을 벗어나서 새로운 발상과 접근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었으며 매우 혁신적이고 열정으로 가득했다. 그들의 열정으로 기획된 프로그램을 통해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즐거운 일의 세계를 향해 긴 여행길을 떠나고 있었다.
NICE는 국제적인 워킹캠프를 운영하는 조직이다. 글로벌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고 매년 세계의 청년들과 캠프를 통해 교류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NICE는 니트나 히키코모리를 대상으로 치유 캠프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캠프 생활을 통해 공동체를 경험하게 하고 우정을 나누며 신성한 노동을 통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일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프로그램을 진행시키고 있었다. 타인과의 공감능력, 자기 표현, 갈등 해결 능력 등이 부족해서 친구들을 사귀고 공동체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운 소극적인 청년들을 위한 캠프 프로그램이다. 청년자립학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참가자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한 닛코 일대의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노동과 공동체 생활을 통해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감동적인 모습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동경에서 만난 아름다운 청년
고토바 노 아틀리에(Kotoba no Atelier)! 낡지만 비교적 잘 관리된 건물의 좁고 불편한 계단을 힘겹게 올라가 들어서니 작은 방과 창문이 전부였다. 우리 일행 7명이 둘러앉으니 더 이상의 공간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린 그곳에서 만난 젊은이들을 잊지 못할 것같다. 그들은 'All Neet Nippon'이라는 인터넷 라디오를 통해 일본의 니트들을 모아내고 그들과 대화하고 사회를 향해 발언하게 하고 있었다. 또한 만화가, 작가로 활동하고 싶은 니트나 히키코모리들을 위해 진보쵸 소설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었다. 단체를 운영하고 있는 야마모토 시게루(Yamamo Shigeru)의 꿈은 가난한 젊은 작가들이 공동으로 작업하고 더불어 저렴하게 주거를 해결할 수 있는 젊은이의 둥지를 만들고자 ‘도키와장 프로젝트’를 추진 중에 있었다. 그의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사업이었다. 그는 청년의 힘으로 자신과 미래를 바꾸고 NPO의 가능성을 확신하면서 내일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가 일본에서 만난 가장 아름다운 청년이었다. 
또한 일본 니트들에게 체계적인 노동체험 프로그램을 통해서 니트를 벗어나게 하는 트라이얼 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오사카의 ‘아와지플랏츠’, 경쟁이 심화되는 사회에서 대안적인 가치관을 고민하면서 히키코모리들에게 일하는 방식과 살아가는 방식을 고민하게 만드는 일본 슬로우워크 협회 등도 한국사회에 꼭 소개하고 싶은 기관들이다. 진지하고 열정적인 활동가들과의 만남 자체로 우리는 큰 에너지를 얻은 듯한 느낌을 받곤 했다.  
일본 방문을 통해 인상 깊었던 것은 젊은이들이 직접 NPO를 설립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보다 건강한 젊은이가 도움이 필요한 젊은이를 도움으로써 자신만의 방에서 스스로 박차고 나오게 하고, 그렇게 나온 친구들이 변화되어 다시 방황하는 젊은 친구들을 돕는 ‘도움과 나눔의 아름다운 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미래를 대비하는 정부의 각종 실천들 
현대자본주의 사회에서 구성원들이 고용을 통해 복리가 증진되는 것은 기업의 생산활동에 참여함으로써 가능하지만, 이와 더불어 정부의 노력과 뒷받침이 없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일본 정부 역시 젊은이들에게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었다. 도쿄, 오사카 등 주요 도시에 Young Job Spot을 운영하고 있고,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청년층을 대상으로 Job Cafe를 운영하여 그들의 구직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었다. 
특별히 우리일행이 방문했던 교토의 와타시노 시고토관은 어려서부터 직업에 대해 친밀감을 가지게 하여 스스로 자신의 직업을 설계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대규모의 공간이었다. 학생들의 수학여행과 연계하거나 각종 교육 프로그램과 연계하여 참여를 유도하고, 실전과 거의 유사한 직업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러한 직업체험관의 운영은 해를 거듭할수록 ‘프리터’나 ‘니트’가 양산되는 일본의 현실에서 노동에 대한 의미와 직업생활의 즐거움을 체험하게 함으로써 미래를 준비하는 하나의 사회적인 투자로 해석되었다.

 

교류와 협력을 통한 문제의 해결이 필요 
이번 방문을 통해서 한․일 양국의 NPO활동가들이 ‘젊은이와 일’을 주제로 만난 소중한 기회였다. 8박9일의 방문을 통해 우리가 확인한 것은 현실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청년 NPO 활동가들의 열정과 그들과 연대하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특별히 이번 방문을 통해 만났던 한일 양국의 NPO 활동가들이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되기를 희망한다. 관련된 분야의 학자 및 활동가들이 함께 만나 학문적인 성과와 여러 사업의 결과를 공유하는 국제세미나 등의 행사도 필요하다. 현대사회가 만들어낸 불안의 존재인 방황하는 젊은이를 위한 희망과 대안을 고민하고 만들어내는 교류와 만남이 오랫동안 지속되기를 바란다.
 

김영석

연세대학과 동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장애자복지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거쳐 2005년부터 실업극복국민재단/함께 일하는 사회에서 사업계획 및 NPO지원사업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서울지방노동청심사위원, NPO단체운영위원으로 활동중.

 

「をちこち」제18호(Aug./Sep.'07)에서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