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고치 산책 (23)


<오치고치>는 일본국제교류기금(The Japan Foundation)이 격월로 출간하고 있는 일본 유일의 국제교류전문지로, 이번 호는 테사 모리스 스즈키씨의 수필을 전재합니다. 여러분의 애독을 기다립니다.



테사 모리스 스즈키

JR오차노미즈역(御茶ノ水駅) 스이도바시(水道橋)방향 출구로 나와, 간다가와(神田川)를 건너 메이다이도오리(明大通り)와 만나는 언덕을 올라 간다 진보쵸(神田神保町) 방향으로 가다 보면, 언덕 위에 메이지대학에 인접한 야마노우에(山の上)호텔이 있다. 전쟁이 끝난 직후에는 미군이 장교용 숙사로 사용한 적도 있는 작은 호텔이다.


30여년간 줄곧 도쿄에 체류할 때, 내가 묵었던 곳은 국제문화회관이었다. 전에도 이 에세이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국제문화회관의 정원은 훌륭하다. 그리고 회관의 직원들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친절한 사람들이 많다. 대학의 연구실이나 국회도서관에서 하루를 보내고 국제문화회관이 있는 롯본기 도리이자카(六本木・鳥居坂)로 돌아와 커피를 마시면서 정원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노라면, 피로와 삭막해져 가는 마음이 싹 가시는 느낌이다.

 

낡은 건물의 보수를 위해 국제문화회관이 1년 반 정도 폐관됐던 시기가 있었다. 숙소 때문에 곤란해 하던 나에게 잘 알고 지내는 편집자가 소개해 준 곳이 바로 야마노우에 호텔이다.

출판계와 인연이 깊은 호텔이라면서 출판사를 통하면 객실 요금도 특별하게 해 준다는 것이었다.

 

도쿄를 방문하면 짧아도 보통 2주일간은 체재를 한다. 그래서 다른 무엇보다도 숙면을 취할 수 있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때문에 초일류 호텔이라 하더라도 고층 호텔은 나에게 맞지 않는다. 우선 공기 조절이 아무리 잘 되어 있다고 해도 창문이 열리지 않는 공간에서 며칠간 계속 체재하는 것은 무리다.

 

바로 옆에는 간다의 서점 거리와 중고책 서점 거리가 있다. 이와나미쇼텐(岩波書店) 슈에이샤(集英社)등, 친분이 있는 출판사도 도보로 몇 분 안 걸리는 거리에 있다. 객실의 가구도 목제로 된 낡고 차분한 느낌을 주는 것이 많다.

 

‘에도(江戸)출신이라면서?’
‘간다에서 태어났어.’

 

모리노이시마츠(森の石松)가 자랑한 것처럼 도쿄에서도 에도시대의 정취가 남아 있는 시타마치(下町)에 있으니 주변에 녹음이 적은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한 단점을 보완하고도 남을 만한 숙소였다. 나는 이 호텔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야마노우에호텔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은,실은 호텔의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아침식사였다.

 

신선한 오렌지 주스에 방금 내린 향 좋은 커피.
커다란 접시에는 바삭하게 구운 베이컨과 한쪽만 익힌 후라이드 에그가 놓여 있다. 그리고 토스트에 마멀레이드.

 

특별할 것도 없는 서양식 아침식사이지만 이 식사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잠이 덜 깬 내 몸에 그 날 하루의 활력이 천천히 채워져 가는 느낌이 들었다.


「をちこち」제30호(Aug/Sep,09)에서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