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지면 뜨끈하고 칼칼한 국물이 생각나는 것이 한국인의 정서이다. 그런데 나는 거기에 더해 김처럼 모락모락 생각나는 것이 있는데, 바로 ‘라멘’ 이다. 한국인의 입맛에 타협한 맛도 아니고, 여러 가지 재료를 듬뿍 넣은 퓨전 같은 맛도 아닌, 마치 일본에서 먹고 있는 듯, 착각할 수 있는 오리지널 라멘! 특히 추운 겨울 줄 서서 기다린 끝에 떠먹는 첫 맛은 엄청난 뿌듯함에 행복감마저 든다.

처음 라멘을 만난 것은 일본 후쿠오카 아래에 위치한 사가(佐賀)라는 구수한(?) 곳, 그 곳 사가 역(佐賀駅) 앞 조그만 라멘 집이었다. 개인적인 차이가 있겠으나 처음 먹어봤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겐 만족 이상이었다. 최근 몇 년 사이 일본인들이 직접 가게를 연 진짜 라멘을 즐길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일본 라멘은 1871년 청일 수호조약의 체결 이후 항구도시인 요코하마를 중심으로 중국음식이 전래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중국 국수가 발전을 거듭해 1910년대에는 소금으로 간을 한 시나소바(支那そば)가 포장마차(야타이(屋台)) 형태로 발전하면서 시오(소금) 라멘의  원조가 되었단다. 1910년에는 도쿄의 라이라이켄(来来軒)에서 쇼유(간장) 라멘을 발매하였고, 1961년에 삿포로의 아지노산페이(味の三平)에서 미소(된장) 라멘이 탄생한다. 이로 인해 1960년대부터 약 10년간 도쿄의 쇼유 라멘과 삿포로의 미소 라멘의 대결구조가 지속되다가 1980년대후반 버블경제와 함께 구르메 붐(맛있는 음식을 찾아 다니는 미식 취미)이 일어났는데, 이 때 하카타(후쿠오카)를 중심으로 돼지 뼈를 이용한 돈코쓰(豚骨) 라멘이 등장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헤매는 일본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필자가 처음 먹은 라멘이자 가장 좋아하는 라멘이 바로 이 돈코쓰라멘이다.
일본 라멘의 또 하나의 매력은 즉석 대령해 주는 요리라는 것이다. 눈앞에서 요리해주는 바쁜 손길만 봐도 군침이 돈다. 주문 즉시 면을 삶고, 돼지 뼈를 고아낸 진한 육수에 면을 얌전히 눕히고 그 위에 수육과 파, 숙주나물 등을 얹으면 완성. 사실 라멘의 생명은 육수에 달려있다. 육수의 그 깊고 진한 맛이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인스턴트 라면이 전부였던 것에 비하면 손으로 직접 뽑은 면과 사골 육수로 이루어진 라멘은 뭔가 더 훈훈해 보이면서 묘한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 이 글을 쓰면서 자꾸 머리 속에 라멘의 유혹이 끊이지 않는다.

조만간 나의 단골집을 찾아 홍대로 가야겠다.

 

<글: 관리부 박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