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바」는 라쿠고의 고전 「도키소바(時そば)」와 소설 '우동 한 그릇(一杯のかけそば)'에도 그 재제로 삼을 정도로 일본인의 생활 깊숙한 곳에 자리한 일본전통음식의 대표선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바의 역사는 오래돼서 문헌으로는 '속일본기(続日本紀)'에 처음으로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극심한 가뭄이 찾아왔을 때를 대비하여 당시의 천왕은 소바를 재배하여 비축해 두었다가 기근에 대처하도록 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722년). 소바는 가뭄 상태에서건 황무지에서건 자랄 수 있는 작물이어서 산간지 혹은 개척지 등에서 재배하였습니다. 지금도 일본 각지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초가을에 산간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하얗고 귀여운 소바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소바의 한 종류인 자루소바도 일본 각지에서 각 지역의 맛을 살리며 발전하고 있습니다. 도쿄는 소바문화, 오사카는 우동문화라 불리는 만큼, 오사카에서는 소바를 즐겨 먹지는 않으나 그런 관서지방에서도 「이즈시(出石)소바」등의 유명한 자루소바가 있습니다. 이 외에도 일본의 3대 소바로 불리는 나가노현(長野県)의「도가쿠시(戸隠)소바」, 시마네현(島根県)의 「이즈모(出雲)소바」, 이와테현(岩手県)의 「왕코(わんこ)소바」를 필두로 일본 각지에는 지방색 뚜렷한 자루소바가 존재합니다. 특히 왕코소바는 한입 크기의 소바를 얼마나 많이 먹을 수 있는지를 겨루는 것으로 먹으며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는 소바입니다. 각지의 특색 있는 자루소바를 맛볼 수 있는 일본여행을 계획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입니다.
「자루소바」는 삶은 면을 소쿠리에 받쳐서 잘게 자른 김을 얹고, 잘게 간 와사비와 무, 그리고 양파 등을 넣은 장국에 면을 담갔다가 먹는 아주 간단하고 단순한 음식입니다. 그러나 소바가루를 면으로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어서 통상은 소바가루에 밀가루를 혼합하여 면으로 만듭니다. 이 혼합 비율은 아주 중요한데 소바가루와 밀가루의 이상비율인 8:2로 만든 면을「니하치(二八)소바」로 부르며, 소바가루만으로 만든것을「도와리(十割)소바」로 부르며 특별하게 취급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소바가루를 면으로 만드는 것을「멘오우쓰(麺を打つ)」라고 합니다만, 소바가게에 따라서는 기계가 아닌 수제인「데우치(手打ち)」소바를 파는 곳도 있습니다. 역시「데우치」소바가 맛에 있어서는 한 수 위인 듯합니다.
면을 삶아 낸 국물을「소바유(そば湯)」라고 하는데, 소바를 먹고 난 장국에 소바유를넣어 먹기도 합니다. 소바는 단백질과 비타민B류가 풍부하게 함유된 영양가 높은 음식이어서 소바유까지 마시는 것이 좋으나, 원래 넉넉치 못한 서민의 음식이었던 소바가 지금은 건강붐과 여행붐과 맞물려 어디어디의 면이 그 지역의 좋은 물로 만들어 맛있다든가, 수제 소바여서 맛있다 라든가,「도와리소바」먹으러 가자 라는 식으로 사랑받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시대가 바뀌면 이렇듯 재미있는 현상을 볼 수 있는데, 이렇게 말하는 저 또한 그런 사람 중의 한명입니다.
소바는 서민의 맛인 만큼 생활습관에도 살아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섣달그믐에「도시고시소바(年越しそば)」, 이사했을 때는「힛고시소바(引越しそば)」를 먹는 습관이 있는데, 특히「힛고시소바(引越しそば)」로는 자루소바를 선호합니다.「소바(=근처에)에 이사왔습니다,(소바처럼)가늘고 길게 사귀자」라는 의미가 담겨있는 듯합니다. 상당히 재미있는 풀이입니다만, 실제로는「서민의 맛」소바를 이웃과 나눠먹는 것으로 인사비용을 절약하려는 서민의 지혜였는지도 모릅니다.

 

*참고사이트

「そばの散歩道」(http://www.nichimen.or.jp/

 

<글: 예술교류부장 야마사키 히로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