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하기는 히강의 행사과자

가을의 대표적인 일곱 가지 화초로는 萩(하기:사철쑥), 薄(스스키:참억새), 葛(구즈:칡), 撫子(나데시코:패랭이꽃), 女郞花(오미나에시:마타리), 桔梗(기쿄:도라지), 藤袴(후지바카마:등골나무)가 있다. 이 중에서 도라지, 마타리, 패랭이꽃, 참억새는 과자 의장으로 자주 사용되고 있으며, 각각 목형이나 낙인 등도 만들어져 있다. 이런 문양ㆍ모양들은 과자에 한결 가을의 풍미를 더해준다.

그다지 돋보이지는 않지만 おはぎ(오하기)를 얘기할 때 빠져서는 안될 식물이 萩(하기)이다. 색과 모양을 봐서는 과자를 좋아하게 만드는 모티브는 아니지만, 오하기의 어원이 된 식물이기 때문이다. 지명도면에서 볼 때도 위의 일곱 화초 중 과자와의 연관이 제일 깊을지 모른다.
오하기는 찹쌀과 멥쌀을 섞어 표면에 팥소나 콩가루, 깨 등을 뭍혀 만든 과자이다. 연중 판매되고 있는 과자이긴 하나, 히강(춘ㆍ추분 앞뒤로 3일씩 일주일간)의 행사과자로 히강 때에는 슈퍼나 편의점의 특별 가판대 등에 진열되기도 한다.

오하기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자주 화제가 되는 것이 ‘ぼた餠(보타모치)’와의 차이점이다. 가을의 하기 꽃에 오하기, 봄의 보탄(모란) 꽃에 보타모치를 견주어 말하는가 하면, 멥쌀이 많이 들어간 오하기, 찹쌀을 주 재료로 하는 보타모치 등 만드는 재료에 대해 얘기하기도 한다. 지역이나 세대에 따라 여러 가지 해설이 있는데, 본래 오하기와 보타모치는 같은 과자이다.「本朝食鑑」(1697년 간행)에「母多餠一名萩の花(보타모치 이치메이 하기노하나:‘보타모치’를 ‘하기노하나’라고도 부른다)」라고 쓰여져 있는 걸 보면 당시에는 母多(보타)라는 말이 사용되어진 것 같고, 보타모치 보다는 하기 꽃에 유래하는 오하기 쪽이 품격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おはぎ(오하기)
嵯峨の錦(사가노니시키)
여러가지 오하기의 또 다른 이름들
현재에는 오하기가 일반적인 명칭인데, 옛날에는 보타모치 이외에도 다양한 이름들이 있었다. 보통 모치를 만들때는 쌀을 쳐서 만드는데 오하기는 쌀을 치지않고 갈아 으깨서 만들기 때문에, 만드는지 안만드는지 표시가 안난다는 이유로「夜舟(요후네)」(→밤에는 배가 들어오는지 안보인다),「北窓(기타마도)」(→창이 북쪽으로 나 있으면 달이 안 보인다),「隣知らず(도나리시라즈)」(→옆집에서도 모른다)로 불려졌다.
또「半殺し(항고로시)」(→반 으깬다(죽인다))라는 특이한 이름도 있어서, 여관 주인이 밤 늦게「半殺しにしよう」(반 죽여버리자)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여행객이 착각하여 도망가 버렸다는 우스갯 소리도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이러한 수 많은 이름들은 오하기가 각지에서 만들어 먹는 친근한 과자라는 증거가 되는 듯 싶다. 에도시대에는 히강 때 이외에도 49제나 10월 중 돼지(해)인 날에 오하기를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오하기와 각종 행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밝혀져 있지 않지만, 팥이 병을 막는다는 민속신앙처럼 선조공양이나 자손번영 기원에 연관되어 있었지 않았나 생각된다.

お彼岸(히강)
3월과 9월에 춘분과 추분이 있는데, 이 날을 기준으로 앞뒤 3일씩 모두 일주일간을 히강이라고 하며, 히강의 첫날은「히강노하이리」, 마지막 날을「히강노아케」라고 부른다. 성묘나 불단에 봉양할 때 오하기를 만들어 단상에 놓기도 한다. 이를 불교용어로「此岸(시강:이승)」이라고 하는데, 죽은 사람이 사는 세계를 彼岸(히강:저승)이라고 하는 데에서 유래한다. 추분을 경계로 계절이 여름에서 겨울로 넘어가고, 춘분을 경계로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것에 유래하여, 일본에서는 ‘暑さ寒さも彼岸まで(더위도 추위도 히강까지)’라는 말이 있다.

글과 사진을 제공해 주신 虎屋(도라야)와 나카야마 선생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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