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교재로 삼기 위해서는 작품 속에 잠재되어 있는 학습항목을 찾아내야 한다. 이번에는 「男はつらいよ」시리즈에서 일부분을 그 예로 소개하고자 한다. 도라상 의 일본어는 극단적이고 특수해서, 그대로 흉내를 내서 쓸 수 있는 종류의 것은 아니나, 이 시리즈는 영화로 일본어와 일본에 대해 학습하는데 있어서 가장 좋은 교재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대사의 이해를 지원하는 상식

제1작에서 누나 사쿠라의 결혼식 피로연이 종반에 접어들었을 때, 도라상은 사회자를 회장 밖으로 불러낸다.
일본의 일반적인 결혼식 피로연이라면, 마지막에 양가를 대표하여 신랑의 아버지가 출석자 전원에게 사의(謝意)를 표하게 되어 있다. 이런 사실을 모르면 아래의 대화장면을 이해할 수 없을 뿐더러, 도라상의 무리한 주문에 의아해 할 수도 없을 것이다. 도라상이 사회자에게 자신의 순서를 잊지 않도록 못을 박고 있는 것은, 통상이라면 신랑 아버지의 인사를 끝으로 피로연이 막을 내리기 때문이다.
말로 표현하지 않는다
제10작에서 도라상이 소꿉친구인 치요(千代)라는 여성을 「할 말이 있다」며 꾀어 낸다. 식사와 차를 마시며 4시간이 흘러도 말을 꺼내지 않는 도라상의 태도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치요는 불러낸 용건을 묻는다.
영화에서는 이 장면 이후 두 세 구절 대화가 더 이어지는데, 여기에서 문제삼고 싶은 것은, 4시간이나 우왕좌왕했다는 문맥과 그 대사의 첫머리 부분이다. 같이 지낸 시간의 흐름 속의 분위기로 전달되는 것은 분명 있을 것이며, 만약 그것이 전달되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끝이라는 판단이다. 요즘은 그다지 많이 쓰지 않는 말일지 모르지만, 「좋아해」라든가 「결혼하자」라는 식의 말을 그대로 표현하지 않고, 무심결에 전달하는 것이 좋다는 사고가 잘 표현되어 있다.

이런 장면에서는 역시 써야할 표현

「これ、つまらないものですが。(이거 변변치 않은 것입니다만)」라는 표현은, 요즘은 거의 쓰지 않는다고 가르치는 선생님도 있을지 모르나, 분명 이 표현을 써야 할 장면이 있다. 제17작에서 사쿠라가 고명한 일본화가의 집을 방문한다. 시타마치(서민들이 사는 마을)의 단고 가게를 운영하는 딸이 초일류 문화인의 저택에 선물을 들고 가는 것이다. 어떤 물건을 가지고 가더라도 피차간의 차이는 확연하므로「つまらないもの」라는 표현을 쓰고 싶어 지는 것이다.
또 한가지.「お目にかかれてこうえいです。(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는 첫 대면시의 인사표현이나, 한국어에 비하면 일본어에서는 그 사용빈도가 상당히 낮은 편이다. 그렇지만 필히 써야 할 장면이 있다. 이것도 제17작에 나오는데, 어느 마을의 시장이 전술(前述)의 화가에게 명함을 건네며 말한다.「おしゃしんではいつもはいけんしておりますが。(사진으로는 늘 뵙고 있습니다만) 」이라는 말머리가 붙어있는 것처럼, 보통은 좀처럼 만나기 힘든 사람을 만났을 때 쓴다.


악센트의 기능

제1작에 나오는 맞선 자리에서 사쿠라의 이름이 화제가 되었을 때, 도라상의 대사다.「구루마사쿠라」와「구루마자쿠라」의 중요한 차이는 악센트다.「구루마자쿠라」의 악센트는 하나의 단어로,「우바자쿠라」나「야에자쿠라」와 같이 사쿠라의 종류를 나타내는 단어일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회화에서 의미를 전달하는데 있어서, 연탁음보다 악센트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