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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에는 쉽게 눈에 잡히지 않는 것들이 있다. 사물이나 장소처럼 형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일본인이 공유하고 있는 사고방식과 느낌, 관습이나 불문율 내지는 지식교양 따위의 것들이다. 이번에는 영화 장면으로 알 수 있는 쉽게 보이지 않는 문화의 예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 사자(死者)의 혼

인간의 죽음을 이해한다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종교의 수비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소위 교양이나 양식과 같은 것에 도달하기 전의 좀 더 소박한 감각이 있다.
영화『眠(잠자는 남자)』(`96)에서는 인간의 죽음과 영혼에 대한 생각을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그리고 있다.
특히, 잠자는 남자
다쿠지가 죽는 장면에서는 먼저 그의 모친이 영혼이 빠져 나갔다는 것을 깨닫고, 그 후 임종을 지켜보기 위하여 온 사람들이 이름을 부르고, 냄비나 비와 같은 도구를 두드리며 소리를 내기도 하고 지붕에 오르기도 하며, 어떻게든 영혼을 다시 불러들이려 한다.  

魂を呼び戻せ

母親:今、拓次の魂が出てった。 拓次、拓治!

父親:名前を呼べ。名前を読んで魂を呼び戻す んだ。

男A:拓次―。

男B:拓次。

男C:何でもいい、音を出せ。音を出して魂を 呼び戻すんだ。カミムラ!
はしごで屋根に上れ。魂は抜けると上に 上がる。

처음엔 반신반의의 표정을 짓고 있던 다쿠지의 누이동생도 허공을 눈으로 쫓아 가며 이름을 부른다. 이 장면에서 마츠리나 전통행사의 시발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감각 즉, 영혼을 존재로서 인식하는 감각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영혼은 어째서 위로 올라 가는 것일까에 대한 설명이 굳이 없더라도 묘하게 납득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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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민적 감각

『男はつらいよ(남자는 괴로워)』의 주된 등장인물은 도쿄의 시타마치(서민도시)에 사는 사람 좋은 이들이다. 그 영화 속에 나오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서민의 감각이 묻어 나오고 있다. 소위 현대의 중류의식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지 모르지만, 하나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발견할 수 있다.

가령, 고급음식 축에 끼는 장어나 스시, 멜론 등의 음식을 서민들은 언제 먹을까? 고급음식의 지위를 알 수 있는

庶民的感覚:鰻はご馳走
おいちゃん:
鰻なんてものはなあ、われわれ額に汗して働いている人間たちが月に一度か二月に一度、なんかこう 、おめでたいことでもあったときに、さ、今日はひとつ鰻でも食べようかっつって、大 騒ぎして食うもんなんだ。おまえさんみたいに一日中何にもしねえでごろごろ、ごろごろしてる人間が鰻なんか食ったらバチが当たるぞ。

장면이 있다. 도라상 제17작(`76)의 아래의 장면에서 작은 아버지가 화를 내고 있는 것은 난데없이 나타난 손님의 극도로 조심성 없는 언행이었는데, 이 아저씨의「저녁은 장어가 좋겠네」라는 발언은 불난데 부채질을 한 셈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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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의 에누리

일본의 슈퍼는 한국에서 자주 접하는 개인상점과 대형할인점의 중간 규모의 점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런 슈퍼에서는 일주일간 분을 한꺼번에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매일 조금씩 장을 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영화『スーパーの(슈퍼의 여자)』(`96)에서는 주부가 이상으로 생각하는 슈퍼의 상(像)을 추구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슈퍼의 상식이라고도 할 수 있는 값 내리기 관습이 잘 드러나는 장면이 있다. 과매입한 배추를 팔기 위하여 값 내리기 작전을 펼치고 있는 장면에서 우리는 두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하나는 가격이다. 이 장면에서는 198엔 혹은 129엔이라는 딱 자르기 어려운 숫자가 나온다. 이렇게 하면, “200엔도 하지 않네”, 내지는 “120엔대잖아. 싸네!” 라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OO8엔, XX9엔이라는 가격은 개인상점이나 백화점의 가격이 아니라 슈퍼다운 가격 선정법이다. 또 다른 한 가지 사실은 해질녘과 밤에 가격을 내린다는 점이다.

スーパーの値引き

(スーパーの朝、開店準備)

花子:198円と書いて、それを消して129円。
(係が値札を書く)

花子:そうそう、そうそう。
(野菜売り場に駆けつける)

花子:キヨちゃんキヨちゃん、これつけてみて。

キヨ:わかった。夕方んなったらやっとくから。

レジ係:そうじゃなくて、今つけんのよ。

キヨ:え?開店から?

특히, 생물 생선과 반찬류의 경우, 다음 날에는 팔 수 없게되는 것들이 있어, 폐점 시간을 눈 앞에 둔 시점이 되면 할인 딱지가 붙는다. 따라서 할인 시간이 되면, 이 시간을 기다렸다가 상품을 손에 넣는 이들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