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의 연구활동

 

 

 

권영주(서울시립대)

 

 

  

 

2011년도 일본국제교류기금 일본연구펠로십으로 20121월부터 20131월까지 일본 교토대학 공공정책대학원(公共政策連携究部)에서 1년간 연구하고 돌아온 서울시립대학교 행정학과의 권영주입니다. 1989년부터 1996년까지 교토대학 법학연구과에서 유학생활을 보낸 경험이 있어 생활에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따라서 생활에 대한 경험보다는 연구활동에 대한 경험을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일본에서의 연구활동에서 도움을 받는 곳은 많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다음의 두 곳이 나에게는 특히 중요했습니다. 그 하나는 매월 열리는 관서행정연구회였습니다. 관서지역에서 행정학을 전공하는 연구자들이 모이는 연구회입니다. 여기서 중추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회원들은 저의 선후배 및 동료들이 많습니다. 제가 약20여년 전에 유학할 때도 이 연구회에서 활동을 하면서 몇 번 발표한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연구회는 각자의 연구에 대하여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절호의 장소였습니다. 연구회가 끝나고 저녁 회식(懇親)에서는 정말로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교토대학 법학연구과의 대학원 수업이었습니다. 저를 초청해 준 마부치 마사루(真渕, 현재 일본정치학회 이사장) 교수와 대학원 시절 후배였던 마치도리 사토시(待鳥) 교수의 대학원 수업에 참석했습니다. 대학원 수업에는 담당 교수 뿐만 아니라 그 밑에 있는 조교수(), 대학원생 그리고 그 수업 출신의 타대학 교수들도 참석을 합니다. 여기도 깊이 있는 학문적 대화를 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곳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의 학문적 관심은 더욱 넓어졌습니다. 당초 일본에서 연구하고자 한 테마는 ‘정내회와 지방자치’였습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새로운 분야에도 관심이 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하나는 참의원의 일본 정치과정에서의 역할입니다. 55년 체제 이후 오랫동안 일본 참의원은 제2원으로서 뚜렷한 정치적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습니다. 양원 모두 다수당을 자민당이 차지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부터 종종 네지레국회 (ねじれ国会)*가 등장하면서 참의원이 법률안 통과에 결정적 역할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1994년에 소선거구제로 중의원 선거제도가 개혁된 이후에는 그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많은 연구자들은 그것을 일본 정치과정에서 예외적 현상으로 생각하면서 기존의 분석틀을 변경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네지레국회의 등장요인, 참의원의 정치적 역할, 설명력 높은 분석틀의 설정 등에 대하여 알아보려고 했던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지방의원의 행동에 관한 관심이었습니다. 특히 지방정치가가 입후보할 때 정당공천을 받지 않고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러한 경향은 일본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이는 우리나라 지방선거와는 전혀 다른 현상입니다. 우리나라는 정당공천을 받지 않고는 당선되기가 극히 어렵습니다. 그 차이는 어디서부터 비롯되는가에 대한 관심이었습니다.

 

위와 같은 세 가지 주제에 관하여 문헌을 읽으면서 수개월을 보냈습니다. 세 가지를 모두 연구해보고 싶은 의욕은 있었으나,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그것을 모두 달성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따라서 세 번째 주제인 지방의원의 행동, 특히 많은 지방의원이 무소속으로 입후보하는 일본적 현상을 설명하는데 힘을 기울이기로 했습니다. 이 연구의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던 것은 동료인 교토대학 법학부의 다테바야시 마사히코(建林正彦) 교수가 중심이 되어 운영되고 있는 ‘현대 민주정치와 정당조직의 변용에 관한 연구’에 관한 연구회에 참석하면서입니다.

 

이론적으로는 합리적 선택의 제도론에 근거하여 선거제도 특히 선거구정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무소속이 증가한다는 가설을 설정하였습니다. 이러한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다양한 선거구정수를 가지고 있는 도도부현지방의원선거를 분석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선거구별 무소속 후보자와 당선자의 데이터가 전부 정리되어 있는 자료는 없었습니다. 따라서 47개 도도부현선거관리위원회에 자료를 요청하여 받고, 이를 분석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귀국 후, 한국지방자치학회 20132월에 열린 동계학술대회에 발표하였으며, 동 학회 학술지인 한국지방자치학회보 제25권 제1호에 ‘일본의 지방선거에 있어서 정당공천의 현상과 제도’라는 제목으로 게재하였습니다. 현재는 우리나라의 지방선거에서 무소속과 선거제도의 관계를 분석 중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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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여당이 중의원 과반 의석을 점유했지만, 참의원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을 때 국정 운영의 어려움을 겪는다 하여 이런 국회를 네지레 국회라고 부른다. ‘네지레(ねじれ)’란 ‘비틈’, ‘꼬임’, ‘뒤틀림’이라는 뜻을 가진 말이다. -두산백과 참조-